중수청장 추가 검증…수장 없는 ‘개문발차’ 현실화?
與 강경파 반발 커지자…‘공소청 직제안’ 수정 착수
검사 정원 손질하나…檢내부 “미제 어떻게 해소하나”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검찰청 폐지로 들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출범이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수장 인선과 조직 구성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으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는 지연됐고, 공소청의 경우 입법예고된 직제안을 겨냥한 여권 강경파의 반발이 일면서 수정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검찰의 수사와 기소 업무를 각각 전담하게 될 양 기관의 지휘부와 조직의 틀조차 확정되지 않으면서 형사사법체계 대전환 시기 혼란이 더 커지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중수청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가운데 김 후보자를 제청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이후 여권 일각에서 인선을 둘러싼 반발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다시 진행되면서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당초 이달 하순께에는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부터 미뤄진 데다 추석 연휴가 곧 이어지는 터라 다음 달 2일 중수청 개청 전 청문 절차를 완료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 출신인 김 후보자가 과거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지내던 때 수사·기소 분리를 비롯한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던 점, 이른바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을 수사지휘했던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김 후보자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범죄 피해자 보호의 공백을 우려한 것이었다”며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는 입장을 지난 14일 밝혔다. 또한 ‘친윤(친윤석열) 정치검사’라는 비판에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자신이 좌천됐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수청 개청준비단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반박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선 “기소된 4명 중 3명은 후보자가 해당 사건의 지휘라인으로 부임하기 전 기소됐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후보자는 내부 회의에서 기소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고, 독직폭행 사건에 대해선 “기소의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었다”고 했다.
후보자 교체에 나서는 것 역시 주어진 시간상 중수청 개청 전 임명을 마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장관이 또 한 명을 뽑아서 제청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라며 정부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기소와 공소유지를 전담하게 되는 공소청 개청 준비에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에 대한 여권 내 반발이 커지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직제안에 대한 수정·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은 검사 정원이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직제안은 공소청 전체 정원을 검사 2292명과 일반직 6120명 등 8412명으로 정했다. 기존 검찰 조직과 비교하면 전체 인력은 2294명 줄어들지만 검사 정원 2292명은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이에 여권 강경파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사 수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정원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 내부에선 미제 사건 폭증 등으로 기존 인력으로도 정상적인 사건 처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사 정원까지 줄이게 되면 더욱 심각한 업무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진영 광주지검 순천지청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사 수가 줄어드니 재배당도 늘고 전체적인 미제가 늘다 보니 미제 건수의 압박을 이기기 힘들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사건 위주로 처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검사들이 왜 매일같이 야근을 하지 않거나 주말까지 나와 일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다그친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사건 지연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4배, 8배, 16배로 늘어나는 미제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법무부는 공소청 출범 이후 실제 업무량 분석과 외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적정 검사 정원을 다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검사 정원 조정은 단순히 직제를 수정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행 검사정원법은 검사 정원을 2292명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원 자체를 줄이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기존 직제안에서 각 지방공소청에 설치하기로 한 ‘사법통제부’는 명칭이 변경될 전망이다. 사법통제부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불송치한 사건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도록 설계됐지만, 여권에서는 수사권을 갖지 않는 공소청이 ‘사법통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정은 이에 사법통제부를 ‘불송치사건심사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직제안에 포함됐던 ‘형사기획관’과 ‘중대범죄수사기획관’은 아예 삭제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중수청으로 넘기는 만큼 공소청 조직 역시 공소 제기와 유지라는 본래 기능에 맞춰 재편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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