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등급 연체율 4년8개월 새 1.68%→6.58%
9등급은 4.56%서 23.58%로 5배 넘게 급등
은행채 1년물 4% 돌파…대출 문턱 더 높아질 우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반도체 특수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고금리의 찬바람은 취약계층부터 파고들고 있다. 신용도가 양호한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코로나19 당시보다 낮아졌지만 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5년도 채 되지 않아 4~5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으로 부실이 늘고 은행이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신용등급별로 분석한 결과, 2021년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차주의 신용도에 따른 건전성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은 각 은행이 금융감독원의 표준 10등급 체계에 따라 산출한 신용등급별 자영업자 연체율을 단순 평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양호한 3등급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07%에서 올해 8월 말 0.05%로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해 말 0.02%보다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간 신용도에 해당하는 5등급 연체율은 같은 기간 0.06%에서 0.46%로 올랐다. 지난해 말 0.19%와 비교하면 약 2.4배로 상승했지만 연체율 자체는 아직 1%를 밑돌고 있다.
문제는 7등급 이하 저신용 자영업자다. 7등급 연체율은 2021년 말 1.68%에서 올해 8월 말 6.58%로 뛰었다. 같은 기간 9등급 연체율은 4.56%에서 23.58%로 치솟았다. 4년8개월 만에 각각 3.9배, 5.2배로 높아진 것이다.
7등급 연체율은 2021년 말 1.68%에서 2022년 말 2.52%, 2023년 말 3.51%, 2024년 말 5.05%, 지난해 말 5.53%로 해마다 상승했다. 9등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취약 자영업자의 건전성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1~2등급은 자영업자 대출이 없거나 연체율이 사실상 0%인 은행이 대부분이었다. 은행 실무에서는 통상 3등급 안팎을 신용도가 양호한 차주로, 5등급 정도까지를 대출 취급이 가능한 차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신용 자영업자 연체율은 최근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시기와 맞물린다.
7등급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5.25%에서 7월 말 5.99%, 8월 말 6.58%로 높아졌다. 불과 두 달 만에 1.33%포인트 상승했다.
9등급 연체율도 7월 말 18.69%에서 8월 말 23.58%로 한 달 새 4.89%포인트 급등했다. 다만 지난해 말 33.52%, 올해 2월 말 42.03%보다는 낮다. 연체율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 있는 가운데 월별로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최하위인 10등급 자영업자의 8월 말 연체율은 44.64%에 달했다. 지난해 말 38.20%보다 6.44%포인트 높아졌다. 한 은행의 10등급 자영업자 연체율은 71.03%로 5대 은행 평균을 크게 웃돌기도 했다.
다만 9~10등급은 전체 대출 규모가 작고 신규 대출도 제한적이어서 일부 차주의 연체나 신용등급 이동만으로도 연체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때 대출을 받았더라도 연체가 누적되면 등급이 계속 떨어져 7~10등급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기업대출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취약성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기업대출의 7등급 연체율은 3.20%로, 같은 등급 개인사업자 연체율 6.58%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취약 자영업자의 금융비용 부담과 연체 위험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신용대출과 기업대출 금리 산정에 활용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7일 연 4.008%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 28일 연 4.028% 이후 2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올라섰다. 18일에는 연 4.033%로 더 높아졌다.
취약부문의 어려움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 15일 공개된 8월 27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유일하게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낸 황건일 금통위원은 시장금리가 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해 높은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은 기준금리 조정 과정에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 변화와 함께 “양극화 심화 양상 및 취약 부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저신용 자영업자의 부실 증가가 은행권 전반의 대출 관리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은행과 일선 영업점의 건전성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결국 다른 차주의 대출 문턱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저신용 차주의 부실이 너무 높아지면 은행 전체 연체율에도 영향을 준다”며 “연체율 상승은 은행과 해당 영업점의 평가에도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담 때문에 은행이 다른 대출의 연체 위험까지 더 엄격하게 관리하게 된다”며 “일반 신용대출은 물론 담보대출까지 조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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