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27년도 총 예산 708억…14% 증가

‘재판소원 네트워크 속도향상’에 20억 투입

대법원, 대법관 증원 대비 청사 재배치 추진

집무실 신설…연구원실·행정처 이전도 병행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4부 요인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왼쪽)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6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4부 요인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지난 3월 이른바 ‘사법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이 공포되면서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조직 및 시설 재정비를 위한 후속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거 반영됐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헌법재판소는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14% 증가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에 맞춰 집무실을 신설하고 재판연구원실과 법원행정처 일부를 이전하는 등의 비용으로 약 100억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20일 헤럴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헌재와 대법원의 2027년도 예산안에는 재판소원 도입과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등 사법3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시설·정보시스템 관련 사업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가 보이는 곳은 헌재다. 헌재의 2027년도 예산안은 총 708억3500만원으로 올해 621억900만원보다 87억2600만원(14.0%) 증가했다.

헌재의 직제상 정원은 올해 364명에서 내년 404명으로 40명 늘어난다. 재판소원 대응을 위해 헌법연구관 20명과 일반직 공무원 20명을 각각 증원하는 방식이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소원 제도로, 법 개정 전까지 과거 헌재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 헌재법에는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이 ▷헌법·법률을 위반했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을 경우, 소송 당사자가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헌재는 늘어난 인력이 근무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임차 형식으로 별도 청사도 마련했다. 임차청사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10억6395만6000원으로 산정됐다.

재판소원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전산 인프라도 확충한다. 헌재는 ‘재판소원 대응 네트워크 속도 향상’ 사업에 19억6353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공사비 1억4630만원과 장비 등 자산취득비 18억1723만원으로 구성됐다.

헌재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해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재판 자료의 급증에 대응해 재판지원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네트워크 속도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결정문 작성관리시스템 구축’에도 13억2900만원을 새롭게 투입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표지석의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표지석의 모습. 임세준 기자

대법원도 재판소원 시행에 따른 정보시스템 개편에 착수한다. 재판소원과 다음 달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 사업에 4억1000만원이 신규 편성됐다. 재판소원 사건 처리 과정에서 법원과 헌재 사이에 사건기록을 제공하고 전자문서를 연계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법관 증원에 대비한 대법원 청사 재배치에는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대법원은 ‘법원조직법 개정에 따른 소요’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99억5600만원을 편성했다. 대법관 증원에 따라 집무실 등 재판필수시설을 설치하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법원 청사 내부를 재배치하는 내용이다.

우선 대법관 집무실 신설에 22억5100만원이 들어간다. 아울러 대법관 집무공간 확보에 따른 연쇄적인 공간 재배치에는 집무실 설치비보다 더 많은 예산이 쓰이게 된다. 재판연구원실 이전에 27억8900만원이 편성됐고, 법원행정처 일부를 대법원 밖 외부청사로 이전하는 데는 49억1600만원이 산정됐다.

법왜곡죄 시행에 따라 법관 등이 형사사건에 연루됐을 때 변호인 선임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늘었다. 법왜곡죄는 형법 123조의2에 신설된 조항으로 판·검사에 대한 형사처벌 내용이 담긴 규정이다.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에 관해 ‘법왜곡 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법관 등 직무상 행위로 인한 소송 등 지원’ 예산을 올해 6100만원에서 내년 8100만원으로 2000만원 증액했다. 법관이나 법원 직원이 직무상 행위로 소송을 당하거나 고소·고발 등으로 수사를 받는 경우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 선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가운데 대법원은 ‘형사사건(법왜곡죄 포함) 변호인 선임 등 지원’과 정부법무공단 지원이 불가능한 민사소송 지원 등에 약 3600만원을 산정했다. 법왜곡죄 사건에 투입될 금액을 별도로 산출한 것은 아니지만, 법 시행에 따른 법관의 형사사건 대응을 내년도 예산에 명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사법3법 가운데 재판소원과 법왜곡죄는 지난 3월 1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이 2028년부터 4명씩 3년간 총 12명이 늘어나 26명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조직·시설 개편과 인력 확충에 필요한 예산 규모도 향후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