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항암치료 후 간암 수치 3.1로 감소
수술 없이 간 기능 호전…복수·부종 사라져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70대 환자가 수술 없이 항암치료만으로 간 기능이 호전되고, 간암 관련 수치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처음 진단 당시 5만6000까지 치솟았던 간암 수치는 5차례 항암치료를 거쳐 3.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간암센터 장정원 교수 연구팀이 진행성 간암을 앓고 있는 77세 환자에게 간동맥주입항암치료를 시행한 결과, 간암 관련 수치와 간 기능이 크게 호전됐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에서 목축업에 종사하던 조모(77) 씨는 올해 초 갑작스러운 복통과 복부 팽만으로 병원을 찾았다. 간경변이 의심된다는 소견에 따라 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고, 진행성 간암으로 인한 말기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암세포는 우측 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좌측 간까지 확장된 상태였다. 양측 문맥 혈관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했으며, 복수와 심각한 간 기능 저하도 동반됐다.
종양의 범위가 넓고 주요 혈관 침범과 간 기능 저하가 심각해 일반적인 면역·표적항암치료를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성모병원 간암센터 의료진은 다학제 논의를 거쳐 간동맥주입항암치료(HAIC)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간동맥주입항암치료는 피부 아래 항암제 주입 포트를 설치하고, 카테터를 간동맥에 연결해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간에 항암제를 집중적으로 투여해 종양에 대한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전신적인 약물 노출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자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많은 의료 인력과 장비가 투입돼야 한다. 최근에는 외래 처방이 가능한 면역항암제와 경구용 표적항암제 등이 주로 사용되면서 해당 치료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조 씨는 이후 5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다. 지난 10월 23일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혈액검사에서는 간암 종양표지자인 알파피토프로테인(AFP) 수치가 최초 진단 당시 5만6000에서 3.1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간 기능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호전됐다. 복수와 부종이 사라지고 황달도 나타나지 않았다. 간의 단백질 합성 능력과 영양 상태 등을 평가하는 알부민 수치도 2.7에서 3.5로 상승했다.
조 씨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중학생 손녀의 유도 경기를 직접 찾아 응원하는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녀 조서연 양은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조 씨의 둘째 아들은 “아버지께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으신 뒤 ‘서연이가 국가대표가 되는 걸 봐야 하는데 큰일 났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아버지께 효도할 시간을 주신 장정원 교수님과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정원 서울성모병원 간암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처음 내원하셨을 당시에는 기대여명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치료 후 복수와 부종이 사라지고 검사 수치도 상당 부분 호전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8월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간동맥주입항암치료가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성필수 교수 연구팀이 환자 90명을 분석한 결과, 간동맥주입항암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종양 반응률은 35.3%로 경구 표적항암제 치료군(5.1%)보다 높았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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