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기금 전입 기준 등 불명확 지적

운용계획 변경후 보고, 국회 권한 약화

“기금서 일반회계로 넘기는 한도 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수결손이 발생했을 때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미래대응기금에서 최대 96조원가량을 일반회계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나왔다. 세입 부족을 메울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과 한도가 없는 데다, 기금 운용계획 변경 내역도 사후에 국회에 제출하도록 해 정부의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금 운용을 견제할 장치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민간위원 위촉권도 갖지만, 민간위원의 자격 요건은 법률에 명시하지 않았다. 기금 사용 기준뿐 아니라 운용을 감시할 장치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결산 연계 2027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쌓아두고, 일반회계 세입이 부족할 때 기금 여유자금으로 결손을 메울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늘어난 세수를 비축해 향후 세입 감소 등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제시한 기금 규모는 162조3000억원이다.

개정안은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넘기는 돈을 세입·세출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처리하도록 했다. 기금운용계획 변경 한도를 계산할 때도 이 금액을 제외한다.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한 뒤 그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

개정안이 제시한 전입 요건은 ‘일반회계 세입 부족의 보전’이다. 세입이 얼마나 부족해야 기금을 쓸 수 있는지, 어느 시점에 결손을 판단하는지, 얼마까지 넘길 수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예정처는 개정안대로라면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담긴 총괄계정 여유자금 약 96조원까지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동원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지난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도 기금 운용을 누가 견제할지를 둘러싼 쟁점을 안고 있다. 법안 제15조에 따르면 기금운용심의회는 기획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10~30명 규모로 구성한다. 위원의 절반 이상은 민간위원으로 두고, 민간위원 위촉권은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부여했다.

법안은 민간위원을 위촉할 때 성별을 고려하도록 했을 뿐 금융·재정·투자 분야 경력이나 외부기관 추천 등 구체적인 자격과 선임 기준은 법률에 담지 않았다.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민간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위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어떤 기준으로 확보할지가 국회 심사에서 따져볼 대목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대규모 세수결손을 추경 없이 기금과 예산 불용으로 메웠다. 2023년 국세 수입은 세입예산보다 59조1000억원, 2024년에는 29조6000억원 적었다. 두 해 결손액은 88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정부는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신 외국환평형기금 등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하고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줄였다. 편성한 예산 중 일부를 집행하지 않는 불용도 활용했다.

국회는 두 해 결산에서 잇따라 시정을 요구했다. 2024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선 대규모 세수결손에도 세입예산을 조정하지 않은 채 불용과 내부거래로 대응한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한다며 정부에 주의를 요구했다. 기획예산처는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국회와 충분히 소통하는 등 절차적 투명성을 높였다며 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예정처는 “기금으로 결손을 메울 수 있게 되면 정부가 추경안을 낼 유인이 줄고, 국회가 세입 추계가 빗나간 원인과 세출 조정의 적정성을 따질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미래대응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자금을 넘길 수 있는 요건과 금액 한도를 법률에 명시”하라고 제안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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