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수도권에 거주하는 용역 근로자 A씨(48)는 지난해 12월 20만원에 육박하는 건보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놀랐다. 그동안 직장가입자인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있다가 생활비를 보태려고 일을 나간 것이 피부양자 자격박탈을 불렀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폭탄 수준의 건보료가 부과된 것이었다. A씨는 월급여는 올 최저임금(월 135만2230원)을 조금 넘는145만원인데 건보료가 19만8240원으로 월소득의 13.7%에 달했다. 소득의 3.26%인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보다 4배이상 높다. 게다가 A씨의 배우자가 직장가입자로 건보료를 내고 있어 건보료만 32만원을 훌쩍 넘는다. A씨는 “수억원의 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와 10년이 넘은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했다”며 “정부가 개편안을 내놨다고 하는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 언제까지 이런 보험료를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정부의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A씨와 같은 용역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경감혜택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재산보험료 공제액은 500~1200만원(1단계) 공제에 그치고, 자동차 보험료는 1600cc이하만 면제해줘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용역 등은 소득기준 피부양자 자격기준이 갈수록 강화돼 근로소득이 2000만원(3단계)을 초과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물어야 한다. 때문에 오히려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맞벌이 부부 비전형근로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면, 연금과 금융소득 등 임금 외 소득에 대한 부과기준과 피부양자 자격기준을 3400만원으로 설정, 부담능력이 있는 가입자 및 무임승차 피부양자 대부분을 그대로 방치했다. 3단계까지 가더라도 9억원 이하 재산 보유자는 연간 생계가능소득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보험료를 낸다. 최저보험료를 내는 계층은 연간 총수입 1000만원이하(3단계 3360만원)인 사람들이고 이보다 소득이 많으면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를 계속 내야한다.
현행 부과체계로는 시가 18억원(과표 9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금융, 연금, 근로기타 소득이 각각 4000만원씩 총 1억2000만원인 자산가도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해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반면, 일자리 질이 극도로 나쁘고 늘 ‘을’일 수 밖에 없는 용역 근로자들은 용역업체에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연소득(사업소득)이 500만원을 넘었다는 이유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과중한 보험료 부담에 허덕인다. ‘송파 세모녀’ 사례 못지않게 건보료 부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게 이들 일자리 약자들이다.
A씨와 같은 용역근로자는 전국적으로 수십만을 헤아린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기준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644만4000명(임금근로자의 32.8%) 가운데 4대보험 가입이 안되는 비전형근로자는 파견(20만1000명), 용역(69만6000명), 특수형태고용(49만4000명), 가정내근로(4만2000명), 일일(단기) 근로(86만3000명) 등 총 222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소득수준은 건보 직장가입자들인 상용직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통계청의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시ㆍ일용근로자 가구소득은 2902만원이고, 상용근로자는 6341만원에 달했다. 상용직에 비해 소득은 절반도 안되면서 A씨처럼 ‘건보료 폭탄’을 맞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될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보험료 관련 민원 가운데 이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015년 건강보험공단에 제기된 총민원 9008만건 중 건보료 민원이 6725만건(74.7%)에 달했고, 2016년에는 9550만건 중 7390만 건(77.4%)으로 매년 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연간 금융소득 4000만원을 올리는 20억원대 자산가와 연소득 500만원인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현실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보험료 부과와 관련한 민원 가운데 상당수가 용역 파견 등 질낮은 일자리 약자들이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용역 근로 등 특수한 사례에 맞춰 보험료 부과체계를 조정할 수는 없다”며 “건보료 부과체계의 문제라기 보다 과세행정과 근로ㆍ고용관계로 인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역 파견 등 근로자이면서 개인사업주로 등록돼 지역가입자로 건보료를 물게되는 일자리 약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용역근로자의 경우 2014년 8월 60만4000명에서 2015년 8월 65만6000명, 2016년 8월 69만600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배부른 자들의 무임승차를 차단하고 일자리 약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화급한데 정치권에선 탄핵정국과 조기대선에만 골몰해 있다. 정부의 3년주기 3단계 개편은 너무 오래 걸린다. 이래저래 이들 일자리 약자들의 건보료 부담 해소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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