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소속 임원과 노조간부 31명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장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 놀랄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그 동안 대형 사업장에서 노사의 합작품으로 이해되는 채용 비리가 많았던 까닭이다. 다만 아직도 요지경과 같은 구태가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둘러싼 채용비리는 전반적인 일자리 감소와 노동시장 양극화라는 구조적인 영향도 있지만, ‘건전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운영상의 원칙이 자리잡지 못한 까닭이 크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전제인 건전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조를 인정하는 사용자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자주성과 민주성을 지키려는 노조의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 노동법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조항을 두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제시하며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한 사용자의 역할을 노조법을 통해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또 자주성과 민주성을 잃거나 망각하는 노조를 견제하는 조항도 많다.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착취의 배제)가 대표적이다. 이 조항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지엠에서 문제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발탁 채용을 둘러싼 노사간의 금전거래 의혹이다.
법에서 보호하는 자주성은 사용자의 회유와 압박에 대항한 것이지, 사용자와 결탁해 다년간 수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아 챙기는 자주성은 아닌 것이다. 이를 망각한 노조 간부는 채용 브로커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나아가 민주성이 지켜지지 않는 노조는 일부 간부들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검찰이 한국지엠 노조 전임 간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되는 모습이 바로 민주적 브레이크가 사라진 노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이번 채용비리 사건을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각종 비리로 얼룩진 생산 현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반길 소비자는 더이상 없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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