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위 사실 유포 자체를 처벌할 법적 기준 미비 - 등록 매체가 허위 보도 시 가짜뉴스 여부 모호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깜짝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가짜 뉴스가, 촛불과 맞불로 나뉘어 갈등 중인 한국 사회에도 등장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극단화하는 등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전담반을 편성해 대응에 나섰지만 무엇을 가짜뉴스로 보고 어떻게 처벌할지 기준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직장인 A씨는 출근길 아파트 현관을 나서다 현관 앞 우편함마다 신문으로 보이는 인쇄물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구독하라고 꽂아놓은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A씨가 펼쳐 든 그 인쇄물은 주말 친박 단체 집회에서 뿌려지곤 하던 ‘노컷일베’였다. A씨는 “이미 검찰이 인정한 최순실 태블릿이 조작됐다느니 촛불집회가 선동에 의해 움직인다느니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실려있었다”며 “나이 든 분이나 정보에 어두운 사람들은 이걸 보고 사실이라고 믿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가짜뉴스는 허위의 사실을 보는 사람들이 진실로 믿도록 뉴스나 기사의 형태로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 기존의 언론사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청은 이달부터 본청과 각 지방청에 ‘가짜뉴스 전담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를 제작ㆍ유통하는 행위가 발견됐다며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적극 수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삭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컷일베’를 비롯해 ‘프리덤뉴스’, ‘뉴스타운’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를 곧바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에 착수는 할 수 있지만 해당 내용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단체가 고소장을 접수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
문제는 촛불집회 참가자처럼 개개인이 아닌 불특정 집단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지만 ‘미네르바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삭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광고 수익이나 주가 조작 등 사적 이익을 목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지만 그 의도성을 증명하는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이미 등록된 언론 매체가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기사화 할 경우도 처벌 여부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일부 가짜뉴스 생산 매체는 정기간행물 매체로 등록한 상황.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경찰이 판단하는 것엔 무리가 따른다”며 이같은 매체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국에서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인터넷신문과 포털이 규제받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의 게시물 임시조치와 불법정보규제 조항이 있어 인터넷 뉴스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카카오톡 메신저 및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공유는 필터링 하기 어려워 가짜뉴스 문제는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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