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중도·보수’ 연장선 ‘대청소 vs 대연정’으로 귀결 文·安 넘어 올 대선 화두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소위 ‘선의’ 공방은 결국 정치철학의 맞대결로 귀결된다. ‘

‘대청소’에서 ‘분노’로 이어진 문 전 대표는 개혁과 변화에, ‘대연정’에서 ‘선의’로 이어진 안 지사는 배척의 정치 문화를 극복하는 통합에 방점이 있다. 넓게 보면 ‘진보 vs중도ㆍ보수’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한국 정치권 대립의 축소판으로 볼 수도 있는 논쟁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공방은 ‘대연정’→ ‘선의’→ ‘분노’→ ‘피바람’→ ‘불의’→’사랑’ 등의 키워드로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분노’와 ‘불의’를 택했다. 그는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으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고 했다. 시대정신을 분노로 규정하고 이 분노를 바탕으로 개혁과 변화를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문 전 대표의 행간이다.

안 지사는 ‘대연정’, ‘선의’, ‘이해’, ‘사랑’ 등을 택했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이다. 대립과 편 가르는 정치문화를 극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지도자의 분노는 그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피바람이 난다”는 말에도 이 같은 의지를 담았다. 안 지사는 선의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 예까지 간 건 적절치 못했다”고 사과 뜻을 표명하면서도 “모든 사람에게 따뜻한 이해,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정치철학은 뿌리가 깊다. 단순히 대선용으로 ‘포장’된 차별화는 아니다. 지난 대선 이후 문 전 대표는 진보진영의 좌절과 분노를 대변할 상징적 인물이 됐다. 국회의원, 당 대표, 평당원 신분을 거치면서 문 전 대표는 줄곧 분노와 정의, 개혁을 주창했다. 그는 수년에 걸쳐 “지금 국가와 정치엔 국민과 시민이 없다(2014년 10월, 이하 각 후보 페이스북 발췌)”, “희생과 용기, 피와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이 땅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고단하다(2015년 11월)”, “부패와 특권을 대청산하겠다(2016년 11월)” 등을 강조했다.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 시절부터 선의, 이해 등을 정치 화두로 잡았다. 그는 “정치에서 피치 못하게 분노란 감정이 극단적으로 동원된다. 하지만 모든 외과의사의 꿈, 무혈 수술 길은 없는가(2013년 10월)”, “모든 걸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 그래야 좋은 대화, 대안을 만들 수 있고 세상이 바뀐다(2015년 3월)”,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생각은 20세기의 낡은 사상(2016년 5월)” 등의 글을 남겼다.

두 후보 모두 분노와 통합이 택일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데엔 공감한다. 문 전 대표는 “분노와 함께 사랑을 얘기하는 건 아주 적절한 말”이라고 했고, 안 지사는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분노와 개혁’의 리더십, ‘통합과 이해’의 리더십 간 대결은, 두 후보를 넘어 보혁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한국 정치권 전체는 물론이고, 특히 곧 있을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올해 초 헤럴드경제가 전직 국무총리ㆍ국회의장ㆍ학계ㆍ정치계 원로 8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리더십 인터뷰에선 5명(통합 리더십)ㆍ3명(개혁 리더십)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