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는 22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범정부적인 지원 및 대응 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하지만 광속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한참 뒤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주요국 가운데 그 준비도가 꼴찌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더 늦으면 일본식 경제퇴보에 처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준비가 미흡하고 출범이 늦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경제의 활로를 위해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선 각종 제도와 규제는 물론 교육ㆍ자본시장ㆍ노동시장 등 경제ㆍ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현 정부에 이어 출범할 차기정부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증기기관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대량생산 체제가 가져온 2차 산업혁명에는 뒤졌지만 정보기술(IT)이 가져온 3차 산업혁명의 말기에 선진국을 바짝 추격하며 세계 10위권대의 경제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ㆍ사물인터넷(Iot)ㆍ빅데이터 등이 가져오는 4차 산업혁명에선 낙오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토목공사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실체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선진국과 경쟁국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새 영역을 개척해온 것이다.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가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비교가능한 국가 중 25위로 사실상 꼴찌다. 20년 전 아시아 4룡(龍)으로 경합했던 싱가포르(2위), 홍콩(7위), 대만(16위)은 우리를 한참 앞서 있고, 중국은 28위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1위 스위스에 이어 네덜란드, 핀란드, 미국이 톱5에 랭크돼 있고,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뉴질랜드가 톱10에 들었다. 일본(12위), 독일(13위)도 한국을 크게 앞서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법 체계의 정비(법적 보호)에서 63위,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83위로 크게 뒤져 있다. 노동숙련도(23위), 인프라(20위), 교육(19위) 부문의 개혁도 시급하다. 엄밀히 말해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지난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지켜보면서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감지했을 정도였던 셈이다.

4차 산업혁명과 그 준비 여부에 따라 경제적 성공 여부도 결정된다. 한국은 1992~2003년에만 해도 평균 6.5%의 성장률로 싱가포르(6.2%)를 앞섰지만, 2003~2013년엔 3.8%로 추락했다. 그 사이 싱가포르는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6.3%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서비스업 비중은 한국이 50%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사이 싱가포르에선 75%대로 높아졌다. 한국이 작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대에 11년째 묶여 있는 동안 싱가포르는 이미 2011년 5만31222달러로 5만달러대를 넘어 질주했다.

이주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전 교육부 장관)은 “한국이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의 전환을 과감하고 빠르게 시스템적으로 이뤄야만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하다”며 정부와 제도, 규제, 교육, 노동 및 자본시장의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