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전후, 급격히 늘어난 난수(亂數)방송 -대남공작원 1000여명, 北 지령 따라 행동 -우리 정보당국 “태영호도 외부일정 중단”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북한이 최근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난수(亂數)방송을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난수방송은 남파간첩에게 대남지령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지난 13일 김정남 피살 사건을 전후에도 송출됐다. 고위급 탈북민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가장 최근 난수방송을 보낸 건 19일이다. 평양방송은 이날 오전 0시15분(북한시간 18일 오후 11시45분) “지금부터 21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기계공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문제를 부르겠다”며 “853페이지 89번, 712페이지 60번, 647페이지 92번…”이라는 식의 숫자를 읽어 내려간 뒤 같은 내용을 한 차례 반복했다.

이는 지난 5일 방송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북한이 특정 지령을 연달아 남파 공작원에게 내리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지는 알기 어렵다. 아날로그 방식이라 그 실체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다. 난수표나 해독에 사용되는 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난수방송은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 산하 225국에서 내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지도핵심간첩’과 ‘새세대 혁명공작원’을 집중양성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남파 공작원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대략적인 숫자는 1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남파공작원 출신 북한 전문가 김동식 씨에 따르면 적어도 500여명 이상의 핵심 조직원이 활동 중이다. 김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남한 내 500~1000명의 핵심 종북세력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사회문화부 소속 신분으로 직접 파악한 대남공작조는 10여개다. 이들은 각자 2개 이상의 간첩망을 구축했는데, 총 20여 개의 조직에 적게는 3명, 많게는 100명에 달한다. 종북세력은 과거 북한 체제 추종하는 이들을 지칭했으나 이젠 그 범위가 넓어졌다. 주 업무는 선동하는 것 뿐만 아니라 탈북 인사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한다. 일부는 암살, 납치 등 테러 활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난수방송을 통해 테러 지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난수방송 횟수가 급증했다. 2000년 이후 중단했던 난수방송은 지난해 6월 재개됐다. 이때부터 총 26차례 난수방송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들어서는 6번째다.

현재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남한 내 고위급 탈북인사를 노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타깃이 태영호 전 영국 대사다. 국가정보원은 태 전 공사의 신변 보호를 위해 외부 강연이나 언론사 인터뷰 등 공식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보 당국이 구체적인 암살지령 정황을 잡았을 경우에 보통 이런 조치를 한다”며 태 전 공사가 공식 외부활동을 중단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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