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앞서갔지만 당시 주류에서 배제 옛 약쑥으로 노벨의학상 탄 약리학자 인지행동 심리치료 뿌리는 스토아철학 낡은 생각도 ‘다시 생각하기’로 진화중 “혁신은 과거에서 새로운 문맥찾는 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대표를 흔히 ‘미래의 설계자’라 부른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와 함께 우주시대를 설계해나가고 있는 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다.

그러나 그에 앞서 130여년전, 오늘을 정확히 예측하고 설계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 이름을 따온 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다. 에디슨이 개발한 직류 전기 공급 체계에 맞서 현대식 교류 전기 공급체계를 개척한 인물로 잘 알려진 테슬라는 1888년에 최초의 교류 유도전동기에 대한 특허를 냈다. 테슬라모터스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첫 전기차와 같은 종류의 장치다.

테슬라는 1926년, 누군가가 5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무선 기술이 완벽하게 적용되면 온 세상이 거대한 뇌로 변할 겁니다, 텔레비전과 전화기를 통해 수 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앞에 있는 것처럼 서로를 보고 듣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을 하는 장치는 지금의 전화기와 비교하면 놀라울 만큼 간단해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을 겁니다.” 다름아닌 스마트폰을 예측한 것이다.

당시에 그의 말이 ‘헛소리’로 들렸으리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통섭의 천재’로 불리는 스티븐 폴이 쓴 ‘리씽크’(쌤앤파커스)는 과거 주류에서 배제됐던 아이디어가 시대를 앞서갔음이 입증된 수많은 사례를 보여준다. 분야는 의학, 과학, 역사, 철학, 심리학, 비즈니스까지 넓다.

한 예로, 중국의 약리학자 투유유는 중국의학을 발판으로 2015년 노벨의학상을 탔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 주요 치료제로 쓰이는 강력한 신약, 아르테미시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투유유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제를 찾기 위한 비밀 사업에 착수했는데, 4세기에 쓴 한 책에서 약쑥을 활용한 치료법을 찾아내 치료에 성공했다.

전자담배는 중국의 약사 한리가 2003년 개발, 돌풍을 일으켰다. 골초였던 그는 아버지가 폐암으로 사망하자 타르와 독성발암물질 없이 연기를 흡입하는데 따른 만족감과 니코틴의 효력을 제공할 방법을 찾다가 몇 가지 성분을결합해 발명했다. 이 전자담배도 이미 반 세기 전에 나왔다. 1965년 미국인 허버트 길버트가 현대의 전자담배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디자인 특허를 낸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발명품은 당시 광고물량을 쏟아내던 담배회사들에 눌려 생산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과거의 회귀는 실체가 있는 것 뿐만아니라 생각과 철학도 속속 소환되고 있다.

바쁘고 혼란스럽고 자존감에 자주 상처를 입는 현대인들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로 주목받고 있는 게 인지행동치료다. 공포와 불안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패턴을 스스로 인지하고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적절한 반응으로 대체함으로써 나쁜 생각을 완전히 몰아내도록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는 사실 2000년전 스토아철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핵심 사상은 “인간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시각때문에 불행해진다”는 말로 집약된다. 즉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생각, 그리고 감정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인지행동치료와 유사성이 많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를 상정했던 데모크리토스는 최근 쿼크 입자가 증명되면서 옳았음이 2000년만에 입증됐으며, 중세 연금술서에 나오는 용의 피와 검은 용을 불태운 가루를 섞으면 황금나무를 얻을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2015년 현대 과학자들에 의해 황금빛 프랙탈 구조를 얻어내 검증되기도 했다. 연금술은 반과학적 미신이 아니라 당시에 실행할 수 있었던 최고의 과학이었던 셈이다.

다른 산업부문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오기도 하고, 쓸모없어진 물건이 사용처를 바꿔 대박이 나기도 한다. 포드가 육류가공공장에서 도살한 소를 옮기는 방식을 보고 자동차 조립라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벽지 청소 도구였던 공예용 점토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바뀌어 대박난 사례가 그렇다. 새로운 맥락에 놓인 오래된 아이디어는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사상과 문명의 수많은 혁신 혹은 발견의 사례들은 당시로선 미개하다거나 무시당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해석되고 이해되면서 공동진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혜성처럼 나타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결국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다시 생각하기’의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그런 혁신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마냥 생각한다고 아이디어가 튀어나올까? 저자는 생각의 기술을 이렇게 들려준다.

“재고와 재발견의 기술은 권위, 지식, 판단, 옳고 그름 그리고 생각 자체의 절차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있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