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제주=함영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국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국제 휴양지이고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육지의 내국인 손님이 많이 찾으니 그만큼 제주 곳곳이 관광객 친화적으로 개발도 많이 됐다.
남쪽으로는 서귀포, 남동쪽은 성산, 남서쪽은 산방산과 용머리, 북서, 남서, 남쪽의 중산간은 골프장, 북서쪽은 제주도심과 공항일대가 잘 개발되어 있어 그 곳 주민들은 소득 수준도 높다. 하지만 구좌 등 제주북동쪽은 좋게 말하면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섭섭하게 말하면 개발이 되지 않아 주민들의 소득이 낮으며 관광을 위한 인프라가 다른 3면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제주 북동지역에 최근 목장 레일바이크와 함께 해녀의 우뭇가사리를 가공한 제주양갱이가 신상품으로 등장하면서 ‘오지의 희망’이 되고 있다. 오히려 개발이 덜 된 곳이기에 자연친화적 느낌이 강하고,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물의 색깔은 해초,플랑크톤의 영향에다 근해, 원해, 얕은물 등 배경과 조건 마다 달라 가히 팔색조(調)이다. 제주 해녀도 이젠 구좌 등 북동지역에서나 볼수 있다. 제주시 구좌읍의 바다위로 주황색 태왁(부표처럼 공기가 든 작업도구)이 오밀조밀 떠 있는 모습이 여행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태왁들 옆으로 검은색 물체가 올라왔다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들은 다름아닌 마지막 해녀로 불리는 ‘좀녀(제주도 방언)’들이다. 평생을 물질(잠수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만 해오던 이들도 이제는 평균 연령이 70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좀녀들이 은퇴하고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제주시 구좌읍과 우도 일대는 예로부터 품질 좋은 우뭇가사리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우뭇가사리는 100% 자연산으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해야만 수확할 수 있는데 전국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 3000톤의 70%가 제주산이며 이 중 90%가 구좌읍 일대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우뭇가사리의 생산지 가격은 1kg에 5000원대로 지금 이 시기의 해녀들에게 큰 수입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뭇가사리는 바닷속에서 서식하는 해조의 일종으로 채취된 뒤 물을 뿌리며 햇빛에 말리는 발림 과정을 거쳐 ‘우무’로 가공되는데 강도(탄력)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우뭇가사리는 양갱이나 묵의 재료로 쓰이며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비롯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경호 제주시 구좌읍 김녕어촌계장은 “우뭇가사리 채취는 5~6월이 절정”이라며 “6월에 구좌읍 일대를 방문하면 해녀들의 물질 모습과 함께 길 위에 넓게 펼쳐진 붉은빛의 우뭇가사리 장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는 향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산학연관이 공동 참여하는 (사)제주우뭇가사리사업단을 구성하고 ㈜제주아가를 설립해 제주산 양갱인 ‘제주웰갱’을 선보였다. 이런 사업을 통해 지난 2월 제주시 우뭇가사리 고부가가치화 사업이 전국 80개 과제사업 평가에서 지난해 최우수에 이어 우수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뭇가사리의 활용도가 높으면서 어민들의 소득도 높아지고 있다.
한 어촌계장은 “해녀들이 고령화된데다 채취물 판매로는 소득이 낮다보니 마늘 농사등을 겸업하느라 고생이 많다”면서 “잡초나 마찬가지였던 우뭇가사리가 상품화되면서 우리 마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양천허씨 ‘동의보감’ 허준의 후예라고 소개한 한 해녀(83)는 “날씨 좋은 날만 골라 20일 일하면 100만원을 번다. 자식들은 ‘왜 이런 일을 하시는냐’고 하지만, 물질하면 생활에도 도움이되고 몸에 밴 것이라 편하기도 하다. 우뭇가사리로 돈을 버니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구좌읍 한동리 김승규 어촌계장은 “이제 제주에서 해녀를 볼수 있는 곳은 구좌밖에 없을 것이다. 70~80대 고령임에도 우리 제주의 상징인 ‘물질’을 하시는 어르신해녀들을 많은 분들이 찾아와 격려해주시고, 우리 제주 웰갱도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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