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화차’, 2013년 ‘연애의 온도’, 올해 ‘우는 남자’까지 배우 김민희는 매년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화차’의 차경선이 강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그가 작품 속에서 선보였던 깊은 내면 연기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이정범 감독이 ‘우는 남자’의 모경으로 김민희를 떠올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딸을 잃고 희망을 놓아버린 엄마로 분해야 했기에 김민희가 쏟아 부은 감정적 에너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느새 모경에서 빠져나온 듯 가벼운 모습이었다.
“모성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모성애도 인간의 감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다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움직였던 제 마음을 표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죠. 모성애라는 것이 어렵기보다 감정의 깊이가 어둡기 때문에 표현하기 힘든 부분은 있었어요. 감정을 체력 소모도 당연히 컸죠. 그 톤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길지 않지만 촬영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았어요. 그래도 캐릭터에서 빨리 깨어난 덕분에 지금은 많이 회복했어요.”
문득 알 수 있듯이 김민희는 작품을 볼 때 캐릭터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우는 남자’의 모경은 어떻게 김민희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모경이라는 인물을 제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심장은 멈춰 있는데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아이를 잃고 희망을 놓아버린 상실감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죠. 이러한 인물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표현하고 쓸 수 있는지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은데다가 처음 감정이 끝까지 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워 연기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모경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어둡고 무거웠지만, 촬영장 분위기만큼은 김민희가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따뜻한 곳이었다. 비단 그가 홍일점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정범 감독님과 작업 했던 새론 양도 느꼈겠지만,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어요. 홍일점이라서가 아니라 감독님께서 되게 따뜻하신 분이어서 배우들에게 마음으로 대해 주셨어요. 배우가 힘든 것을 먼저 이해하고 배우 입장에서 있는 분이에요. 작품 속에서도 그렇지만, 정말 누군가가 항상 보호해준다는 느낌이었죠. 덕분에 힘든 감정을 유지해도 현장은 되게 따뜻했어요. 대화를 많이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즐거워하는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이처럼 김민희는 ‘우는 남자’를 통해 전보다 더욱 깊어진 감정 연기를 소화해냈다. 그에게 있어 ‘우는 남자’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깊어진 감정만큼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즐거웠다고 생각해요. 즐거울 때 느끼는 신이 아니라, 배우로서 감정에 최선을 다했고 역할에 몰입했기에, 그것들을 관객들한테 보이기 전까지의 설렘을 즐기는 중이에요. 제 연기가 관객들한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면 거기에서 배우로서 얻어지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해요. 이러한 기대들을 떠올리면 ‘우는 남자’는 다른 작품에서도 또 감정을 써야 하는 경우가 와도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정으로 작품에 임한다. 하나의 공통된 작업을 하면서 쌓이는 정은 배우나 연출자로 하여금 그 작품에 더욱 노력을 하게 만든다. 자신의 커리어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간의 맺어진 관계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김민희에게 있어, 이정범 감독에게도, 장동건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에게 ‘우는 남자’는 그러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남았다.
“현장에서 추운 겨울, 긴 시간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똑같은 목표를 위해 온 것 같아요. 그 결과물들을 보일 시간을 맞이해 모두 다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 ‘우는 남자’의 모든 팀들이 바라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해요. 대중의 선택을 받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죠.”
김민희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어느덧 지나버린 20대의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30대 여배우로서 자신이 그릴 수 있는 캐릭터들을 소화해나가는 중이다.
“학원물을 되게 좋아하는데 이제는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 해도 세월이 가는 것을 막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에는 30~40대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액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아마 액션 영화가 들어오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조만간 작품을 빨리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시나리오가 있는데, 곧 좋은 소식 들려 드릴게요.”
‘우는 남자’의 액션은 화려함 보다는 투박하고 거친 느낌을 준다. 사람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이정범 감독의 마음이 담겼기 때문에다. 김민희 또한 이정범 감독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했다.
“‘우는 남자’는 액션도 많지만, 사람을 더 생각하고 사람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정범 감독님의 작품이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감성 느와르 ‘우는 남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민희의 애정이 듬뿍 담긴 감성느와르 ‘우는 남자’는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화살이 활 시위를 떠난 것처럼 이제 모든 것은 관객들의 손에 달려있다. 김민희를 비롯한 ‘우는 남자’의 스태프들의 바람이 이뤄질지 기대를 걸어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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