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넥슨회장 18억달러 전세계 IT부호 1028위…해외 공룡들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중소기업 수준
빌게이츠 등 막강파워 美…규모 - 영향력 - 다양성도 압도…IT서비스 분야 中거부들 진격
韓 IT회장 ‘기업가 정신’ 부족…게임 중독법 등 큰 장애도…개발자 인문학적 소양 못 갖춰…창의력 발휘보단 따라하기 급급
[특별취재팀ㆍ양영경 인턴기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발표로 재계가 떠들썩하다. 합병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가치가 1조원대의 부호가 되고, 네이버를 견재할 수 있는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의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는 점 등이 ‘IT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테크산업계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야를 넖여보면 한국의 IT산업은 몇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기기ㆍ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는 탓에 우리 IT산업의 체형이 커졌을 뿐, 실제 우리 IT산업의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각국의 IT부호들의 현황을 비교해봐도 드러난다. IT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있는 소프트웨어나 전자상거래, IT서비스, 게임 등 의 분야에서는 덩치를 키운 미국과 중국의 IT부호들이 국경을 넘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일본에서 조차 새로운 게임 거부들이 탄생하면서 산업을 이끄는 모습이다.
▶IT부호 부족한 IT강국 코리아 =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1분기 발표한 세계 빌리어네어 순위에 포함된 1600여명을 전수조사해봤더니 한국인 기업가 가운데 순수한 ITㆍ테크분야의 빌리어네어로 꼽힌 사람은 단 세사람이었다. 김정주 NXC회장이 추정자산 18억 달러로 1028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12억 달러로1433위,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11억 달러로 1517위로 꼽혔다. 포브스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일가는 ITㆍ테크 분야가 아닌 ‘재벌(diversified)’ 분야로 분류했다. 전자나 반도체 산업에 일부 발을 들이고 있는 다른 부자들도 마찬가지 기준이 적용됐다. 진입장벽이 높은 과점사업이라 할 수 있는 통신재벌들 역시 ‘텔레콤(telecom)’ 영역으로 분류됐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순수하게 IT 산업에서 성장한 인물들만을 IT재벌로 본 것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했을때 대한민국의 IT거부는 절대적인 숫자에서 경쟁국에 밀렸다. 대국 미국과 중국에는 각각 62명과 22명의 IT거부가 있었다. IT분야에서 만큼은 우리가 한 수 아래로 봐오던 일본(6명)이나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적은 이스라엘(4명) 조차도 우리보다 IT거부의 숫자가 많았다.
IT부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경쟁국가에 비해 낮았다. 미국은 전체 512명의 빌리어네어 가운데 12%가 IT거부였고, 중국은 16.3%가 IT 빌리어네어 였다. 일본은 전체 빌리어네어의 23% 정도가 IT테크 산업에서 부를 일군 젊은 기업인들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27명의 거부중 11%선인 3명만이 순수한 IT부호 였다. 인도만이 10.3%로 IT부호의 비중이 우리보다 낮았지만, 대신 인도는 기준이 되는 자산 10억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는 인물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거부의 숫자가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면서 그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
▶스마트폰 제조 빼면… 별 것 없는 한국의 IT = 각국 IT부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기제조에만 집중되어 있는 우리 IT산업의 현실이 더욱 도드라진다. ‘IT최강국’ 미국은 IT부호의 숫자뿐 아니라 다양성과 규모, 영향력에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자산 780억 달러의 세계 최고 부호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 개발사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ㆍ515억 달러), 구글의 창업주들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ㆍ308억 달러)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ㆍ305억 달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ㆍ289억 달러) 등 상위 IT부자들은 우선 자산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산업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IT서비스 분야도 발달되어 있다. 모바일 무료 메신저로 유명한 왓츠앱사의 얀 쿰(Jan Koumㆍ64억 달러), 세계 최대의 소셜커머스 회사인 그루폰의 에릭 레프코프스키(Eric Lefkofskyㆍ14억 달러), 모바일 온라인 기반의 이미지 판매업체인 셔터스톡의 조나단 오링거(Jonathan Oringerㆍ11억 달러), 온라인 모바일용 액션카메라 전문업체인 고프로의 니콜라스 우드만(Nicholas Woodmanㆍ13억 달러) 등의 신흥 부호들은 미국의 IT산업이 제조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로 분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도 눈에 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지만 IT산업의 정점에 올라있는 인물들은 ‘제조’가 아닌 서비스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자산 140억 달러의 류창둥은 전자상거래 업체 JD.com의 설립자이고, 91억 달러의 마윈 역시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회장이다.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이자 인터넷 서비스 회사로 성장한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의 자산도 135억 달러나 된다. 마화텅이 창업한 것은 불과 16년 전이지만 그의 재산은 우리나라 최고 부호인 이건희 회장보다 많아졌다. 저비용 고효율의 IT서비스 산업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흐름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에 IT거부들이 집중되어 있다. 와이프로(Wipro)나 인포시스(Infosys) HCL 등 기업들의 IT시스템에 특화된 소프트웨어 업체의 수장들이 IT업계를 대표하고 있다.
일본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 몇해전만 해도 IT부자라고는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77억 달러)뿐이 었지만, 최근들어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자산 18억 달러의 나루하츠 바바는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코로프라(Colopl)의 창업자다. 15억 달러의 다나카 요시카츠 역시 모바일 게임회사인 그리(Gree)를 이끌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한국에 내줬던 일본의 게임계가 모바일 분야로 발빠르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조타운’의 마에자와 유사쿠는 세계 최대 의류전문 쇼핑 사이트를 통해 14억 달러 자산의 IT거부가 됐다.
▶IT부호 왜 부족할까 = 한국에 IT부호가 의외로 적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은 IT업계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적 기업을 만들겠다는 철학보다 부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때 새사업으로 각광 받던 전자상거래나 소셜커머스 분야의 선두 기업들의 거의 대부분은 한창 성장해야할 때 설립자의 손을 떠나 외국 자본에 매각됐다. 코스닥에 있는 게임ㆍIT서비스 회사들의 상당수는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머니게임의 무대로 전락한 상태다.
물론 업계가 그러한 선택을 하는데에는 원인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 등이 IT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게임, 전자상거래 등 IT서비스 산업을 지나치게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속내다. 회사의 상장이나 투자유치 등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보다 메리트가 부족한 것도 포인트다. 도전과 위험부담없이 성공사례에 뒤늦게 발만 담그는 기존 재벌들도 경쟁력있는 신생 IT기업의 탄생을 가로막는다.
그렇다보니 한국을 떠나 기반 확대하는 IT 기업의 사례도 늘고 있다. IT업계 최고 부호인 김정주 회장이 이끄는 넥슨은 사실상 한국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의 무게중심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 있다. 정체 상황이던 네이버의 새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것도 일본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다.
한 대형 IT서비스 업계 임원은 “지난해 네이버의 독점여부나 정체를 두고 언론과 정부가 설왕설래하고, 게임 중독법을 놓고 이견이 오갈때 정작 IT업계 내부에서는 아마존의 한국시장 진출이나, 텐센트의 한국 게임업체 인수여부 등에 더 촉각이 몰리고 있었다”면서 “해외의 IT 공룡들에 비하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중소기업 수준”이라고 평했다.
산업을 이끌고 갈 전문 인력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기술전문 인력은 늘었지만 인문ㆍ사회학적 소양을 가진 인물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모 외국계 기술투자회사 관계자는 “결국 사람이 이용하는 것인데, 인간의 심리나 욕망, 직관 등을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 사회나 조직이 여전히 창조경제에 걸맞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남들이 내놓은 히트모델만을 따라하기 바쁘다. 모바일 게임을 봐라. 인기라곤 하지만, 대부분은 ‘OO팡’류의 게임 뿐이다. 그런 구조에선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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