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을 빠르게 추격해 오던 우리 경제가 탄력을 상실하면서 다시 양국 간 경제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 우리의 산업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은 중국에도 크게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연방은행 UBS가 139개 국가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가별 적응력 순위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대응력 25위, 일본은 12위로 각각 평가됐다. 기술 수준은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것으로 나왔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SOC) 수준 등 나머지 부분은 일본에 뒤떨어졌다.

우리 경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을 추격하기 시작, ‘잃어버린 20년’의 침체기를 겪은 일본과의 격차를 좁혀갔다. 1995년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2536달러(약 4764만 원), 한국은 1만2350달러로 3만 달러 넘게 차이 났지만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7633달러로 일본(3만7304달러)과 9671달러차이로 좁혔다.

하지만 성장한계에 진입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약화되면서 일본 경제 추격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적게나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월 일본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3% 증가했다.

무엇보다 일본에 근접했던 산업·기술 경쟁력도 다시 떨어지고 있어 4차 산업혁명 격변기를 맞은 한국의 ‘미래 먹을거리’ 전망도 어둡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과학경쟁력 순위는 2009년 3위에 오르며 2위 일본의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 그 사이 일본은 내내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국가 전략 기술력 10개 부문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일본에 평균 2.8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일본과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술력에서 ‘몇 수 아래’였던 중국은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10대 기술 분야에서 2012년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중국에 평균 1.9년 앞섰다. 하지만 2014년엔 격차가 1.4년으로 좁혀졌다. 기술별로는 에너지·자원·극한기술 격차가 0.9년, 나노·소재 분야 경쟁력 격차는 1.1년에 불과했다.

산업연구원의 보고서 ‘수출 빅데이터를 이용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평가’ 에서도 최근 20년 사이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세계 16위에서 13위로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은 20위에서 2위로 상승해 한국을 역전했다. 산업 발전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산업응집력지수에서 1995년 21위였던 한국은 2015년 25위로 밀렸다. 중국은 같은 기간 18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그동안 우리는 기술 경쟁력은 일본에 치이고,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에 추격당하는 ‘넛크래커’ 신세였다. 이런 상황이 더 심화하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한국은 경제 규모나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을 빠르게 추격해 왔지만, 여전히 일본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국내 여건 악화로 향후 격차 재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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