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가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이 사드문제로 롯데 때리기를 넘어 한국기업들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G2와 슬기로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은 마치 베트남과 흡사하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문호를 개방하는것과 동시에 3불정책(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는다. 외국 군사기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 한편에 서서 다른 편을 반대하지 않는다)을 추진해 자주독립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실리를 챙기는 반면, 주권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타국에 언제나 당당하다. 1000년을 중국과, 100년을 프랑스와, 10년을 미국과 싸워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최근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그들만의 대응법은 단호했다. 베트남의 당당한 태도에는 경제구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중 교역액 비중은 전체 교역액의 20%로 한국(23.4%)과 비슷하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12.5%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인 라오스(27%)와 비교하더라도 확연히 낮은 수치이다. 수출, 수입, 교역 어느 지표에서도 중국에 20%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우리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또한 적극적인 시장 개방과 통상 협력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 경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TPP, RCEP 등의 메가 FTA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한편 강력한 투자유치 정책으로 역사적으로 서로 총구를 겨눈 적 있던 한국마저도 대베트남 투자 1위국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의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경제적 혈맹 국가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적대적 역사관계 속에서도 경제적 이익에서 만큼은 철저한 실리주의를 택했다. 2014년 남중국해 분쟁으로 두 국가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중국이 주도하는 AIIB의 창설멤버로 가입했다.
2015년 4월에는 응웬푸쫑 베트남 서기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농업ㆍ제조업ㆍ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시진핑 주석은 2015년 11월 중국 주석으로는 9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하며 대규모 투자 및 프로젝트 융자를 약속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는 경계해야 한다.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심각히 고민할 때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 시장은 차이나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시장이다.
6억3000만명(세계3위)의 거대 인구를 자랑하며, 역내 국내총생산(GDP)이 2.7조달러(세계 7위)에 달하는 유망 시장이기도 하다.
또한 식지 않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생산기지로서 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서도 아세안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중국의 무역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우리나라의 통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또 어떤 암초를 만날지 모른다.
베트남의 대외 정책처럼 결국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우리만의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드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기업들의 신시장 개척, 수출 길의 다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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