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세계 최초로 시작된다. 케이블TV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UHD 전용채널 UMAX를 개국한 이후 3년 만이다.
UHD 방송은 기존 고화질(HD) 방송보다 4배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정부의 지원도 울트라급으로 신속이 이뤄졌다. 주파수 할당까지 2년, 방송 표준 결정까지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방송설비 문제로 3개월 늦어지지 않았다면 ‘장미 대선’을 UHD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UHD 안테나를 통해 미국식 표준 기술이 적용된 UHD TV를 보유한 가구만이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5%에 불과하다.
미국식 표준이 적용된 UHD TV는 지난달 출시됐다. 그러나 UHD TV 보급률이 낮아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하더라도 소수 시청자만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2년 전 ‘황금 주파수’ 논쟁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적 역할 수행을 자처했다. 안테나 설치만으로 모든 시청자가 UHD 방송을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료방송망을 이용한 UHD 방송이 이미 있었지만, 이는 국민의 무료 시청권을 제한한다며 주파수 할당을 요구한 바 있다. 대체로 700㎒ 주파수를 방송용 주파수로 할당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었다.
이렇듯 황금 주파수를 무료로 할당받은 지상파방송사들은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위해 막중한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방송법에서 말하는 보편적 시청권은 유료방송 스포츠 중계권 독점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견제에서 비롯됐다. 이를 광의로 해석하면 ‘무료 방송 시청 접근권 확대’로 볼 수 있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히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것이 보편적 시청권을 확대하는 방법 같지만 현재 5%에 불과한 직접수신율을 올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료방송을 통한 지상파방송 시청이 95%에 이르는 상황에서 과연 유료방송에 재송신하지 않고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지상파방송사들은 UHD 방송을 유료방송에 재송신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료방송 역시 지상파 UHD 재송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지상파 재송신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유료방송 입장에서 UHD 본방송 이후 향후 지상파방송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빠르게 상업화하고 있다. 케이블 콘텐츠 강세에 밀려 시청률과 광고 매출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등 뉴미디어 폭풍으로 미래 시장도 불투명한 상태다.
VOD 콘텐츠 유료화 및 요금 인상, 중간광고 요구도 거세다. 재송신료 인상 위한 유료방송업계와 법적 다툼도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공정성 확보’라는 법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
보다 많은 국민이 UHD 방송을 시청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UHD 방송을 위해 각종 정부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원한다면 직접수신율 증대가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만약 지상파방송이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유료방송 재송신이 필요하다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재송신해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유료 프리미엄 채널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용하고 공적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지상파 방송에 대한 역할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시청권’에 초점을 맞춘 지상파 UHD 확대 정책이 시급하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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