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이 대세다. 필요한 것만 놔두고 군더더기는 최소화 하자는 열풍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2~3가지 헤택만 담은 상품이 인기다. 가입절차도 단순해지고 있다. 점포도 없애도 모바일로만 거래하는 곳들도 등장했다.

유독 보험만이 예외다. 설계사조차 헷갈린다는 얼기설기 구조에 켜켜이 쌓인 특약으로 복잡하기 짝이 없다. 특약 담보만 100여개에 이르는 상품도 수두룩하다. 고객의 여러가지 위험을 철벽 수비(?) 해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특약 보장에 가입했는지 몰라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

복잡한 상품구조와 과도한 특약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보험 리모델링 상담을 받으면 특약을 줄이라는 충고가 단골로 나온다. 보험료를 감당못해 중도 해지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특약을 없애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특약을 없애는 순간 그동안 낸 특약 보험료는 대부분 보험사 금고로 들어간다. 헛 돈을 낸 꼴이지만 앞으로 더 들어갈 돈을 줄인다는 데 만족할 수는 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정작 필요한 것은 주계약이 아니라 특약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8%에 이른다. 1인당 보험 가입 건수는 3~4개다. 양으로는 보험 초강대국(?)이다. ‘세계보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보험 만족도는 15%로 조사 대상국 30곳 중 최하위다. 러시아(20%)나 중국(16%)보다도 떨어진다. 안방보험 사태 등으로 중국 보험산업의 후진성이 비판받지만, 따져보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보험 가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수명 연장으로 노후 준비 필요성이 높아지고 불안요소가 갈수록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것이 보험이고,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지 않아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다행으로 여길 수 있다. 반면 소비자의 불안에 편승해 과도한 특약이 붙은 복잡한 보험상품을 출시하고, 이로 인해 불완전 판매와 민원 증가로 이어진다면 문제다.

2021년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더이상 복잡한 상품 출시가 어려워진다. 새 회계기준에선 보험사들이 지금처럼 한 상품에 복잡한 특약을 붙여 판매할수록 불리해진다. 상품에 주렁주렁 달린 특약에도 가격이 매겨지면서 부채가 더 불어난다.

금융 민원 1위는 매년 보험이다. 안 봐도, 내년에도 따논 당상이다. 고비용 구조는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순한 상품이다. 그렇다고 설계사의 역할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상품이 단순해져도 위험보장 포트폴리오 제공은 여전히 설계사 몫이다. 변액보험의 투자유형 선택에도 설계사의 도움은 필요하다.

보험은 장기계약 상품이다. 소비자의 피로감이 크면 오래 못 간다. 중도 해탹하면 소비자는 돈을 잃고, 보험사는 고객을 잃게 된다. 소비자가 편해야 보험사도 편해진다. 편해야 오래간다. 여러 면에서 보험에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이유다. han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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