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근본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고민해온 최태원 회장 역할론 ‘솔솔’ - 최 회장, 사회적 책임론 잇딴 파격 행보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새 정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복경영’ 철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재계는 지난 2009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뚜렷한 비전과 행보를 보여온 최 회장이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들에 바라는 변화를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는 15대 그룹 대표가 모인 간담회가 열렸다. 오는 8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 회동에 앞서 전문경영인들이 먼저 의제를 논의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통령과 총수들의 만남에서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비롯한 ‘기업의 사회적 기여 방안’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한상의 측은 특히 “경쟁적인 투자-고용계획 취합 전달은 지양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일들을 솔선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대통령이 ‘숙제’를 내주면 기업들이 수치화된 ‘선물’로 화답하는 구시대적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의례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한 차원 진일보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재계가 새삼 주목하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사회공헌 비용 등 단순한 수치를 넘어 보다 근본적인 방식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 정부의 시대정신”이라며 “최근 몇 년 간 최 회장의 행보와 발언들이 변화된 시대상과 상당부분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크게 주목하게 된 것은 2009년 당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 연세대에서 열린 포럼에 우연히 참석하면서다. 최 회장은 이윤 추구에 집중하다 사회문제를 만들어내는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무릎을 쳤다.

계속된 고민과 성찰 속에 2014년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책 머리말에서 “SK그룹은 매년 2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그룹 구성원 대부분은 자원봉사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 하는 일이 최선인지,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하는지 아니면 해결하는 척만 하는지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다”고 썼다.

그는 2015년부터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해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실험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최 회장의 파격 발언은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성과 인센티브 행사장에서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도시바 메모리 부문 인수 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회성과 인센티브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는가 하면 “(이같은 아이디어로) 반기업 정서, 풀어봅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SK그룹의 160조원 규모 자산 중 대부분을 오픈해 공유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며 폭탄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6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아이디어 실행을 CEO들에게 당부하면서 “사회와 함께 하는 공유인프라를 통해 누구나 창업하고 사업을 키울 수 있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은 구조가 만들어지면 대한민국 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그룹 내에서조차 “도시바 인수 등 경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데도 공유 경제를 통한 국가 경제 비전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해 놀라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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