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믿기 힘든 참패 앞에 ‘만담중계’, ‘문어의 정기’도 조용히 사라졌다. 방송3사 인기 중계진은 유쾌한 입담보다는 경기운영에 대한 쓴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안타까운 선배들의 마음을 담은 격려로 알제리전의 중계를 마쳤다.

23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 시작된 알제리와의 H조 예선 2차전은 우리 대표팀에겐 월드컵 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결과를 안겨줬다. 2-4의 대참패, 각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까지 총출동한 ‘대망의 2차전’은 지난 러시아전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자, 중계진도 예능감 넘치는 해설보다는 냉정한 시각으로 경기 분석에 열중했다. 자신감을 잃어가는 선수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격려도 잊지 않았다.

▶ 악몽같은 전반전, 실점 분석 쓴소리=알제리와의 전반전, 악몽같은 경기력이 이어지자 국대 출신 해설위원들은 실점 원인을 분석하며 후배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연이은 실점에 “상대가 잘한다기 보다 우리가 못하기 때문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알제리가) 긴 시간 한국을 연구했다고 얘기했다. 그건 우리 수비라인, 포백라인 뒷공간이다”라며 “의식적으로 포백라인 뒤쪽으로 공을 놓고, 뒷공간을 자기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현상황을 분석했다.

이 위원은 또 “한국 축구의 수비라인, 미들라인, 공격라인 중 어디가 불안한지 이야기하지 않았냐”며 “수비시에 중앙 수비수 2명이 상당히 불안하다고 이야기 했는데, 홍정호 김영권 선수가 정말 공을 잘 찬다. 스마트하고, 길목도 잘 막는다. 결정적인 단점은 느린다는 점이다. 알제리가 그걸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라인의 총체적 붕괴에 이영표 해설위원은 “앞에서만 압박하면 안된다. 전체가 앞으로 가서 압박하든가 간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기다리든가 해야한다”며 “개인적인 전술로 압박하면 패스로 돌려낸다. 효과도 없고 체력적인 소모밖에 없어요. 지혜를 갖고 인내심을 갖고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전반 10분경 구자철 선수가 슈팅 기회를 잡고도 슛을 하지 않자 “너무 계산을 하고 있다. 수비가 마크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슈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두리 SBS 해설위원은 대표팀 후배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자 “겁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 다 경험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 선수, 홍정호 선수가 더 대화를 나누고, 수비라인을 정비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차두리 해설위원의 솔직한 심경도 나왔다. 안타까운 시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 위원은 “빨리 전반전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리더가 필요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도 실종된 조직력에 “김영권은 공만 보나요. 정성룡은 공을 보고 나왔으면 책임을 져야죠”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다가도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 ‘손흥민의 쇼타임’ 후반전, ‘격려’=알제리전이 시작되기 직전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스피드와 드리블이 좋다”며 “저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손흥민이 골을 넣어줘 제2의 차붐이라는 목소리를 크게 내줬으면 좋겠다”고 키플레이어로 손흥민을 꼽았다.

후반과 동시에 손흥민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대표팀 막내는 멈추지 않는 추격본능으로 공격라인을 재정비하며, 전천후 활약을 폈다.

이영표 KBS 위원은 “지금 이 볼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한 골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심리적, 정신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두리 SBS 해설위원은 손흥민 선수를 지목하며 “어린 선수가 혼자 너무 열심히 뛴다”며 안타까워했고, 후반 추가 3분경 카를 메자니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걸어 넘어트린 상황에서 반칙이 나오지 않자 차범근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 주심들 부심들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고, 장신 김신욱 선수의 적극적인 활용을 강조했다.

차범근 위원은 아프리카 팀에게 최다득점을 내주며 경기를 마치는 상황이 되자 후반전 무렵 “선수시절 월드컵에서 0대5로 대패 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며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 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의 경우 후반 11분이 되자 “교체 타이밍이다. 김신욱 선수 투입이 필요하다”고, 후반 17분 네 번째 실점을 한 이후엔 “골득실을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선수 투입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경기 종료 후, 안타까움의 눈물=경기를 마치자,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의 마음엔 안타까움이 커졌다.

차두리 SBS 해설위원은 “선배들이 잘해서 후배들을 도와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며 “후배들이 고생하게 된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선배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못 뽑히는 바람에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끼리 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안타까워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월드컵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알제리의 공격에 수비라인의 헛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뒤, 자신감을 잃어가자 팀을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선수의 부재를 아쉬워한 현역 선배로서의 심경이었다.

차 위원은 앞서 후반전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알제리 선수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신감이 없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라 많이 힘들 것”이라며 현역선수로서의 안타까움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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