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요구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 등 이른바 ‘G2통상압력’이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지만 정작 우리로선 대외교섭을 총괄하는 컨트럴타워조차 없는 처지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새정부 출범 두달 넘어서도 내정상태에 있고, 신설되는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여야 대치로 국회에 표류되면서 형체도 못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미 FTA 재협상 외에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통상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가 요구한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는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의 무역대표 또는 유사한 직위가 공동의장을 맡게 된다. 통상 전쟁이 개시됐지만 정작 야전사령관이 없는 격이다.
정부와 야당은 지난달 5일 통상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부 2차관 대신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9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 지위를 부여하고 영문명도 ‘minister(장관)’를 사용하는 등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장관 임명과 추경안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정부조직법 공청회도 취소됐다.
통상교섭본부장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현장에 뛰어들 수도 없는데다 우태희 2차관이 통상업무를 진두진휘하기에도 법적근거가 애매한 상황이다. 당초 산업부 2차관은 통상ㆍ에너지 부문을 총괄해왔다. 또 이인호 산업부 전 통상차관보가 문재인 출범 이후 지난달 1차관으로 승진했지만 후임 인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협상을 이끌 주요 보직이 사실상 공석인 셈이다. 이때문에 통상마찰이 비등한 상황에서 장관급만 참석 가능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대표단에 이인호 1차관이 기업 행사 참석차 방미길에 올랐을 뿐이다.
또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한양대에너지공학과 교수)도 오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어 업무를 챙길 처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인 백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통상 경력이 전무해 시급한 현안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통상교섭본부가 산업부 조직표에 있더라도 외교부의 진두진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 정부에서 산업부 출신 자리로 여겨왔던 청와대 통상비서관에 지난달 이태호 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임명됐다. 이로인해 통상교섭본부장도 외교부 출신이나 학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명목상 통상업무 총괄 부처라는 산업부 한 지붕아래, 형식상 통상교섭본부가 있지만 외교부의 조직으로 움직일 경우혼선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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