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이사회, 12.5년 상표권 사용 수용키로 -‘차액 일시 보상’이 아닌 매년 사용료 지급 요구 -박 회장, 산은 회장 면담 거절할 때부터 예견된 상황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예상대로 상표권 사용 관련 ‘조건부 수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사용 기간과 관련된 내용만 일부 수용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사용요율과 지급 방식 등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담기면서 채권단은 ‘사실상 거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8일 ‘금호산업, 12.5년간 금호타이어 상표권 수용키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금호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이 이사회를 열어 산업은행이 수정 제안한 12.5년(사용요율 0.5%)의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는 얘기였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채권단의 상표권 수정안을 수용한 것이지 않냐는 일부 반응도 있었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수용’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더 많았다.

12.5년간 상표권 사용을 ‘의무화’한 것도 그렇지만, 사용요율을 연간 매출액의 0.5%로 명시한 점, 그리고 매년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을 결의했다는 점에서도 ‘사실상 거부’로 해석됐다.

당초 채권단은 지난 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 측의 요구(사용기간 20년, 사용요율 매출액의 0.5%)를 일부 수용해 12.5년간 상표권을 사용하고 더블스타가 부담하지 않는 사용요율(0.3%)에 해당하는 금액을 채권단이 부담해 847억원의 차액을 일시에 보전하는 방식을 제안했었다.

이날 금호산업 이사회의 결정에 대한 해석은 ‘조건부 수용’과 ‘사실상 거부’로 엇갈리지만, 박 회장이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부’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금융 및 재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이 회장은 지난 7일 주주협의회에서 상표권 사용 관련 수정안을 결의하고 금호 측에 전달한 뒤에 박 회장과 면담할 것을 요청했다. 상표권 사용 조건은 물론 금호타이어 경영평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회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박 회장이 돈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면담을 거절한 이유와 관련해 채권단에서 상표권 사용 조건을 결정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상황에서 서로 만나서 논의할 내용이 없다는 뜻이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박 회장으로서는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예상대로 상표권을 둘러싼 공은 다시금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예견된 결과였던 만큼 채권단에서도 준비해온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경영평가를 바탕으로 금호타이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박 회장 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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