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디자인, 사각형으로 바꿔 -파손 줄이고 전세계 유통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2>조니워커=“우리는 배를 타고 갈 수 있으면 세계 어디든지 간다.”

1909년 당시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만화가였던 톰 브라운은 식사 도중 냅킨 뒷면에 중절모를 쓴 정장 차림의 멋진 신사를 그려 함께 식사하던 조지 워커에게 내밀었다. 꾸깃한 냅킨 아트를 유심히 살펴보던 조지 워커는 이렇게 감상평을 남겼다.

“Born 1820, Going Striding (1820년에 탄생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스카치 위스키의 대명사 ‘조니워커’의 상징이 된 스트라이딩 맨(Striding Man)이 탄생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위스키 역사를 논할 때마다 잊지 않고 등장하는 ‘조니워커’는 1820년 스코틀랜드 킬마녹 지방의 한 잡화점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존 워커는 아버지의 죽음 후,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위스키를 비롯한 생필품들을 취급하는 작은 식료 잡화점을 열었다. 존 워커는 동일한 맛을 보장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한 위스키의 품질이 늘 불만이었다. 그는 불평만 늘어놓기 보다는 균일한 풍미를 가진 새로운 위스키를 개발하는데 몰두했다. 수천 번의 시도 끝에 존 워커 만의 독특한 블렌딩 기법이 탄생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200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를 수성(守城)하고 있는 조니워커의 시초가 됐다.

독보적인 위스키로 스코틀랜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존 워커가 세상을 뒤로 하고, 존 워커의 가업을 아들 알렉산더 워커가 물려받았다. 아버지의 바통을 이어받은 알렉산더 워커가 위스키 제조 외에 특히 공을 들였던 일은 위스키의 유통 방식이었다. 동그란 형태의 위스키 병을 아무리 차곡차곡 쌓아도 병들 사이의 빈 공간은 존재했고, 틈이 큰 만큼 유통 과정에서 파손되는 제품도 있었다.

알렉산더 워커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위스키 병 모양을 사각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결과적으로 병과 병 사이의 낭비되는 공간을 최소화해 더 많은 병을 선적할 수 있었다. 제품의 파손율도 크게 줄었다.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었던 사각형 병 디자인은 조니워커를 스코틀랜드를 넘어 전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

사각병 디자인과 함께, 병에 부착된 조니워커의 라벨은 24도 사선 모양으로 기울어져 있다. 요즘엔 조니워커의 상징성으로 ‘당연한’ 모습이지만, 이 역시 그 당시로서는 과감한 시도였다. 일직선 라벨과 비교했을 때보다 제품명을 표기할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났고, 늘어난 공간 이상으로 조니워커를 애호하는 매니아 층도 늘었다.

아버지 곁에서 늘 보고 배웠던 ‘블렌딩’ 기술을 허투루 쓰지 않았던 알렉산더 워커는 오늘날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의 전신이자 조니워커 최초의 블렌디드 위스키인 ‘워커스 올드 하이랜드(Walker’s Old Highland)’ 위스키를 탄생시킨 인물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더 워커의 작품을 두고 위스키 비평가 찰스 맥린은 “위스키 카테고리에서 가장 뛰어난 명작”이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은 세계에서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는 디럭스 스카치 위스키 제품 중 하나로, 위스키 전문가 사이에서도 가장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당대 저명한 만화가 톰 브라운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트라이딩 맨(Striding Man)은 1909년부터 본격적으로 조니워커 블랙 레이블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후 조니워커 레드, 골드, 블루 등 레이블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조니워커는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로 거듭났다.

영국의 조지 5세는 조니워커의 맛과 품질을 높이 평가해 최고 장인에게 주는 왕실 품질 보증서를 수여하기도 했다. 조니워커는 지금까지도 영국 왕실의 주류 공급 책임을 다하며 스카치 위스키의 상징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약 200년 간 조니워커는 항상 끊임없이 진보해 왔다. 조니워커의 ‘Keep Walking’ 정신은 오늘날 조니워커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카치 위스키이면서 동시에 진보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든 브랜드의 핵심 가치이다. 도전을 겁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2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전세계의 수많은 조니워커 애호가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yeonjoo7@heraldcorp.com

<사진>조니워커 창시자 존워커

<사진>스코트랜드 킬마녹에 존워커가 세운 잡화점

<사진>조니워커의 제품들

<사진>조니워커의 한정판 제품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