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프린세스 메이커’ 지상파 3사의 장외대결
KBS 정지원 한국팀 훈련장 찾은 현지언론…유명 방송인 리마 견주며 찬사
SBS 장예원 조별리그 관람 카메라에 잡혀…美소셜뉴스 사이트 오르며 화제
MBC 이재은 ‘무한도전’ 노홍철과 만남 이후…예능출연 에피소드 집중홍보
브라질월드컵엔 ‘중계전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신전쟁’도 있다. ‘장외대결’처럼 여겨지는 ‘여신전쟁’의 주인공들은 각사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나 현장 소식을 전하는 여자 아나운서이고, 여신을 만드는 주체는 방송사의 홍보팀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수백억원 대의 월드컵 중계료에 더해지는 파생 프로그램의 제작비 등은 방송사엔 막대한 부담을 준다. 투자한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며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인물 띄우기 역시 경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프린세스 메이커’ 전쟁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이 개막하던 날, 정지원 KBS 아나운서가 돌연 화제에 오르며 시작됐다. 브라질 언론 ‘글로부 에스포르테’에서 정지원 아나운서를 소개한 것이 국내에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정 아나운서에 대해 “한국팀의 훈련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이는 다름 아닌 아름다운 방송인이었다, 정지원 아나운서는 한국 팬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사랑받고 있다”며 “월드컵 조추첨식을 진행한 브라질의 페르난다 리마와 같은 존재”라고 자국의 톱 방송인에 견줬다. ‘홍보 한 줄’ 없이 세계적인 톱모델에서 자국의 ’여신 방송인’이 된 페르난다 리마와 동급이 된 사례다.
그러자 SBS에선 새로운 ‘브라질 여신’을 만들어내는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SBS의 최연소 아나운서로 지난 2012년이던 대학 3학년 시절 공채 14기로 입사한 장예원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장 아나운서는 이날 새벽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을 진행,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소소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물론 개막식 이후 아침이 밝자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장예원 아나운서 대신 정지원 KBS 아나운서가 브라질 언론에 소개된 뉴스가 네티즌들의 흥미를 끈 상황이었다.
SBS 장 아나운서는 19일이 돼서야 진짜 여신 등극 조짐을 보였다. 이날 스페인과 칠레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관람하던 장 아나운서가 중계 카메라에 잡힌 게 화제가 됐다. SBS는 기다렸다는듯, 장 아나운서의 중계 장면 포착 장면과 소감에 이어 ‘브라질 여신 장예원, 라면 먹방여신되다!’라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심지어 해당 영상은 이후 미국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과 해외 이미지사이트(imgur)에 오르며 정말 ‘월드컵 여신’이 됐다. 브라질로 떠나기 전 “여신이 못 된다면 축구귀신이라도 되겠다”던 장 아나운서는 홍보와 본인의 노력이 어우러져 ‘신격화’ 됐다. 이후 23일 SBS는 ‘브라질여신 장예원의 깜찍발랄한 각국 축구유니폼 사진공개’라는 자료까지 보내며 여신 띄우기를 계속 했다.
여자 아나운서의 인지도가 낮은 MBC의 홍보는 늦었다. MBC가 이재은 아나운서를 ‘브라질 여신’으로 만든 것은 지난 21일 방송된 ‘무한도전’ 덕분이었다. 한국과 러시아 경기가 열리는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노홍철ㆍ이재은 아나운서의 우연한 만남은, ‘국민예능’을 장식했고, MBC는 이후 ‘브라질 여신’ 이재은 아나운서가 “우윳빛깔 미모로 화제를 모은다”는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무한도전’ 에피소드에 ‘세바퀴’ 출연 에피소드까지 자료로 만들며 그제야 ‘여신 만들기’ 대열에 합류했다.
‘브라질 여신’을 만드는 각사의 보도자료엔 네티즌 반응도 빠지지 않는다. 자사 아나운서의 이름을 넣어 “OOO이 대세, 청순 미모 못지 않게 축구 보는 눈도 뛰어난듯”, “먹방도 예쁜 OOO”, “귀엽고 예쁘고 엔돌핀이 팍팍!”이라는 낯간지러운 댓글이 등장하고 있다.
월드컵 방송에 사활을 건 방송3사의 ‘시청률 경쟁’을 떠올리면 일견 이해가 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실소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월드컵 방송의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각 방송사의 입장에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캐릭터 만들기에도 열중할 수 없다. 누가 프로그램에 등장하느냐는 시청률 경쟁의 관건이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본질적인 문제가 남는다. 월드컵 중계전에서도 판가름이 난 것처럼, 이미지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 예능으로 친밀감을 쌓은 얼굴보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성을 시청자는 훨씬 높이 평가한다. 전문성을 모두 갖췄다고 전제한다면 이미지 홍보가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배제된 상황에서의 이미지 경쟁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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