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지침 시행시 환영 입장 발표와 대조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기업측 이해를 대변해야할 경제단체들이 새정부 들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 받아들여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시행 1년여 만에 폐기한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대해 경제단체들이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 기업측 이해가 배제되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측 요구로 시행된 이른바 ‘양대 지침’이 1년여 만에 폐기된 상황에서 기업측 입장을 담은 공식 논평이나 입장을 내놓은 곳이 없다. 경제단체들은 ‘정부 정책의 큰 방향에 공감한다’는 등의 소극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선에서 ‘정부 눈치’를 살피는데 바쁜 분위기다.

이는 작년 양대 지침이 도입됐던 당시 모습과 대조적이다. 경제단체들은 양대 지침을 시행한다는 이기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의 브리핑 직후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새 정부들어 경제계를 대표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작년 1월 22일 “기업이 인력 운영을 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는데 양대 지침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기업들에게 추가 인력고용 여력이 생겨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양대 지침 폐기를 공개한 후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고용정책 이슈를 전담하는 임원의 입을 빌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는 수준의 의견을 외부에 전달하는데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년 1만3000건 이상의 해고소송이 벌어지는 등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이 팽배해지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며 양대 지침을 평가했던 전경련은 이번에는 “이번 정책으로 노사정 협의 채널이 구축돼 노동시장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기업측 입장에서 사실상 양대 지침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겼던 경총 역시 이번 조치에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지침과는 별도로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청년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기업들 또한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 마련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경제단체들이 양대 지침 폐기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당 지침이 실제 기업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역할과 기능이 상당히 위축됐다는 문제 의식과 맥이 닿는다.

재계 관계자는 “해당 지침이 법률에 명시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 등 현실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며 “다만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동자측 이해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측 이해를 대변할 단체의 역할에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