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는 한국이 경제규모나 정보통신(IT) 등 인프라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운영하는 관행과 투명성ㆍ신뢰도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0년 넘게 3만달러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세부 평가항목을 보면 우리나라는 137개 비교 대상국 가운데 유선전화 가입자(4위), 철도 인프라의 질(7위), 항공운송 인프라의 질(13위) 등 인프라 부문에서는 탁월한 경쟁력을 보였다. 인프라 부문의 전체 순위는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8위로 높아졌다.
거시경제 부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고, 국내 저축률(8위), 재정수지(11위)도 양호한 평가를 받으면서 전체 순위가 2위를 차지했다. 고등교육 등록률(3위), 학교에서의 인터넷 접근도(15위) 등도 경쟁력이 양호했다. 하지만 거시경제ㆍ인프라 등 이른바 ‘하드파워’의 경쟁력과 달리,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파워’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을 보면 공공부문에서는 정책결정의 투명성(98위), 정부규제 부담(95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90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81위) 등 각종 투명성 지표에서 경쟁국은 물론 후진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이나 규모 면에선 세계적 수준이지만, 경영 측면에선 ‘아직 한참 멀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최하위인 109위에 머물렀고, 소액주주의 이익보호(99위), 기업경영윤리(90위)도 최하위였다. 시장이 커지고 기업들도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는 바닥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50여년 동안의 압축ㆍ고도 성장 이후 ‘중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과감한 개혁으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ㆍ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직 독버섯처럼 남아 있는 부정ㆍ부패, 지연ㆍ학연ㆍ혈연 및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연고주의 등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고, 각종 비용을 증가시킨다. 총수에 의한 기업지배와 일감몰아주기 등 전근대적인 기업경영 관행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이는 시장의 역동성을 저하시킴은 물론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투명성을 유럽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거나 사회적 신뢰도를 10%만 높여도 4%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문제나 양극화, 복지비용 등 한국사회의 당면 현안을 해결하는 단초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WEF의 경쟁력 평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회ㆍ경제 분야 전반에 대한 전방위적 개혁의 시급함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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