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0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외가에서 추석 명절을 보낸 이후 성동구의 자택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정인범(34) 씨는 운전 도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도로를 달리는데 예고없이 작은 물체가 뛰어들어 급정거를 한 것이다. 뒤로 다른 차량들이 따라오는 상황이었다면 연쇄추돌도 일어날 뻔했다. 깜짝 놀란 그는 주변을 둘러본 후 차량에서 내려 도로 위를 살펴봤다. 물체는 길고양이였다. 문 씨는 “설마 어린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심장이 저릴 정도였다”며 “충돌은 없었지만 나한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른바 ‘로드킬’(road kill)이 매년 늘어 이젠 서울 도로 위에서만 하루 평균 20여마리 동물이 차에 받혀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길고양이로, 상당수는 반려동물 처지에서 유기된 후 떠돌다가 싸늘한 사체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서울시의 ‘로드킬 동물사체 수거ㆍ처리 실적’에 따르면 서울에서 로드킬로 인해 생긴 동물사체 처리 건수는 지난 2015년 6065건, 지난해 7438건, 올해 1~6월 4311건이다.

동물 사체는 매년 느는 상황으로, 지금 추세라면 이번 년도 처리 건수는 8000건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6월을 기준삼아 자치구로 구분하면 처리 건수는 강동구(485건), 금천구(307건), 송파구(269건) 순으로 많고 중구(24건), 양천구(77건), 구로구(80건) 순으로 적게 집계됐다.

동물 사체 대부분은 개와 고양이로 나타났다. 특히 고양이 사체가 지난 2015년 4883건, 지난해 5766건, 올해 1~6월 3161건으로 매년 전체 처리 건수 중 73~80%를 차지했다. 이어 개 사체의 비율이 매년 7~8%이며, 새와 고라니 등 기타 야생동물 사체를 합한 비율이 11~17%였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1~6월까지 2년 반 동안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의 사체 무게는 47t에 이르렀다. 이 또한 고양이(37t), 개(7.2t), 기타 야생동물(3.6t)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로드킬이 느는 데는 유기동물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했다. 고속도로와 국도 등이 아닌 도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로드킬로 야생동물이 희생되는 일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내버려진 반려동물들은 일반 야생동물보다 차량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아 로드킬로 희생되기 더 쉽다”며 “특히 고양이는 본래 야행성인데다 작고 털빛이 어두울 때도 많아 운전자가 알아채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드킬로 인해 치명상을 입고 점차 죽어가는 동물들도 더한다면 사체 집계 수는 몇 배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며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이상 문제는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기동물 발생 건을 줄이는 것 외에 로드킬 발생 수를 크게 줄일만한 뾰족한 수를 찾기는 힘들어보인다. 가장 효과적인 게 울타리를 치는 방안인데, 도심이란 특성상 시민들의 보행길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현재 사후처리에 더 집중하는 상황이다.

최재순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길목 곳곳 동물들이 싫어하는 소리, 냄새를 유발하는 장치를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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