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실장·인사총괄 심의관·사법지원실장 보직 변경…행정경험 없는 판사 전격발탁 ‘새 로드맵’주목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소폭의 인사를 단행하며 사법부 핵심조직인 법원행정처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1일 법원행정처 이민걸(56·사법연수원 17기) 기획조정실장을 연구보직으로 발령내고, 심준보(51·20기) 사법지원실장 겸 사법정책실장을 서울고법 재판부로 이동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김연학(44·27기) 인사총괄심의관과 임선지(49·29기) 사법정책총괄심의관도 겸임을 해제하고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복귀시켰다.
새 기획조정실장에는 이승련(52·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사법정책총괄심의관에는 김형배(51·29기) 서울고법 판사, 인사총괄심의관에는 김영훈(43·30기) 서울고법 판사를 기용했다.
이번 인사는 행정경험이 없는 판사를 주요 보직에 기용해 새로운 시각으로 사법행정 ‘로드맵’을 그리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일선으로 복귀하는 이민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내에서도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1999년 법무담당관으로 기용된 이후 기획담당관, 사법등기국장, 기획조정심의관, 사법정책실장 등 핵심 보직을 모두 거쳤다. 행정업무 근무 경험이 워낙 많아 대법관들보다 대법원에 오래 근무한 판사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 부장판사의 새 보직은 내년 2월 법원장급 정기인사 때 확정될 예정이다.
반면 이번에 새로 기용된 김형배, 김영훈 판사는 2년간 대법원에서 재판 연구 업무를 수행했을 뿐, 행정처 근무 경력은 전혀 없다. 특히 김영훈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일선 판사들을 대상으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이 일선 재판부 독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행사를 축소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국법관대표회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법원행정처는 사건 처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각종 제도개선에 기여했지만, 대법원장이 정한 정책을 일선에 ‘하달’하는 엘리트 조직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사법행정의 방향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 재판 제도 개선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는 사법지원실장과 정책실장은 후임을 정하지 않고 공석으로 남겨뒀다. 법원행정처 조직 개편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사법행정권이 비대해지면서 재판을 뒤에서 백업하는 게 아니라 끌고 나갔다”고 평가한 뒤 “지금 권능이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며, 가능하면 내년 2월 인사 전에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좌영길 기자/jyg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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