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중앙보훈병원 폐암센터장 폐암 3세대 표적치료제 ‘타그리소’ 공단-제약사간 약가 협상 줄다리기

최근 두 폐암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한미약품 ‘올리타’와 글로벌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두 약은 EGFR-TKI 치료를 받은 뒤 T790M 이라는 내성 변이가 발생했을 때 쓸 수 있는 3세대 표적치료제다. 현재까지 내성이 생긴 말기 폐암 환자의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약가 협상 과정에서 올리타의 경우 3상 임상시험을 조건으로 급여가 됐고 타그리소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의 약가에 대한 입장차로 협상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20년 넘게 폐암 환자를 진료해 온 김봉석<사진> 중앙보훈병원 폐암센터장을 만나 가장 현명한 해결법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김 교수는 “제가 치료하고 있는 몇 케이스만 가지고 두 약 중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두 약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일대일 비교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실제 처방에서 타그리소를 처방하고 있다. 올리타가 임상 2상까지 마치고 임상 3상을 조건으로 허가를 획득한 약이기도 하지만 타그리소는 폐암 환자에게 또 하나의 골칫거리인 뇌전이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폐암 환자 중 암이 뇌까지 전이되는 비율은 진단시 10~20%이며 치료기간 동안 30~40%까지 올라간다. 김 교수는 “타그리소는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 사례가 매우 많지만 올리타는 그렇지 못하다”며 “의료진 입장에선 중추신경계 전이 환자에게 타그리소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효능이 뛰어난 타그리소도 공단과 제약사의 입장차가 결국 좁혀지지 않는다면 자칫 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지만 8일 자정쯤 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극적 타결을 이루면서 타그리소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두 약이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지만 함부로 약을 교체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항암제를 교체 투여하는 경우는 더 이상 약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처럼 매우 특정한 상황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약값 때문에 환자에게 다른 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신약의 효과와 고비용 사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정부, 학계, 제약사의 많은 생각과 논의가 있었고 이로 인해 가장 흔히 이야기되는 것이 위험분담제(RSA)였다”며 “하지만 1개월 쓰면 1개월을 더주는 ‘1+1’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닌 조금 더 현실적이고 환자에게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말기 암환자를 위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종양내과 의사로서 의무이기에 그런 측면에서 올리타와 타그리소 두 약 모두 선택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ik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