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지체 장애인의 날…이동 편의시설 태부족 -장애인 10명 중 8명 “편의시설 없어 여행 포기” -저상버스 없는 고속버스…기차엔 장애인석 2석뿐
[헤럴드경제=이현정기자] 다리가 불편해 평생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온 1급 지체장애인 김모(38ㆍ여) 씨는 지난 여름 가족들과 속초 여행을 계획하다 기분만 더 우울해졌다. 기차가 원주까지만 가는 탓에 원주~속초 간의 장애인 전용 리프트 차량을 구해야 했지만 실패한 것. 결국 가족과의 여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김 씨는 “휠체어를 타고 여행지로 이동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대부분의 여행지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돌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 가족들과 여행을 가본 적이 한번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해외는 아니더라도 국내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싶지만 그저 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지체장애인의 날(11월 11일)을 하루 앞둔 10일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이동 편의시설 부족으로 국내 여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4개의 장애인단체가 전국 장애인 1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0.6%가 여행지의 편의시설이 없어 여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바다나 계곡을 놀러 가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47.3%에 달했고, 응답자 중 89.6%는 워터파크조차 가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 국민의 약 5%인 250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6만여명이 지체장애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여행지까지 이동하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속버스의 경우 저상버스가 전무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버스를 탑승하기 어렵다. KTX 등 기차의 경우 특실 내에 장애인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한 열차 당 2석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차 종착지도 한정돼 있어 기차에서 내려 버스나 차량으로 갈아타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이 또한 장애인에겐 버거운 일이다.
이동수단 외에도 여행지의 편의시설도 문제로 지적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장애인용 객실을 이용해야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숙박시설엔 장애인 이용 객실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체 객실 수의 0.5%를 장애인 등이 이용 가능한 객실로 두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숙박시설 가운데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소형 숙박시설은 이같은 규정에서 제외되어 있다.
장애인용 객실이 있는 숙박시설의 경우에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개발원이 전국 42개 숙박시설을 조사한 결과 일반객실을 장애인 객실로 개조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출입구의 진입이 어렵거나 화장실의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서는 숙박시설에 경사로는 물론, 출입구에 문턱이 없어야 하고 화장실 공간도 일반 화장실보다 넓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이 여행지를 다니며 관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장애인용 편의시설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작은 경사로부터 리프트까지 장애인이 이동하기 위해선 꼭 있어야 할 편의시설이 존재한다”며 “장애인도 관광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이동수단과 더불어 숙박시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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