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선물값 상향 조정 영향 -유통업계, 한우 등 토종제품 선봬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한우, 굴비 등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던 상대적 고가 선물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선이 10만원으로 오르면서 가격대가 높은 국내산 설 선물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처음 적용됐던 지난해 설에는 국내산 농ㆍ축ㆍ수산물은 밀려나고 값싼 수입산이 명절 차례상을 점령했다. 당시 유통업계는 선물세트를 5만원 이하로 구성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수입품목을 대폭 보강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수입 선물세트 종류를 2016년 설 때보다 각각 57%, 40% 늘린 바 있다. 호주산 소고기가 한우나 굴비의 자리를 꿰찼고, 뉴질랜드산 순살갈치, 페루산 애플망고, 인도산 새우 세트 등도 등장했다. 민족 고유의 명절만큼은 토종 먹거리를 선물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수입산의 판매량만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산 제품이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농ㆍ축ㆍ수산물과 원재료 비율이 50% 이상인 농ㆍ축ㆍ수산물 가공품에 한해 청탁금지법 선물가격 상한액수를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5만원 밑으로 집중됐던 선물세트를 5만~10만원 가격대로 구성하고, 국내산 선물 품목을 대폭 늘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10만원 이하 국내산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확대했다. 9만9000원짜리 한우 실속 혼합 세트는 3000세트를 준비했다. 900g짜리 굴비 10마리를 담은 ‘영광 법성포 알뜰 굴비 세트’를 10만원에 선보인다. 2.3㎏짜리 굴비 10마리로 꾸민 ‘특선 제품’(150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외에도 국내산으로 구성한 ‘1+1 선물세트’를 2만5000개를 준비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10만원 이하 농수축산물 세트를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렸다. 특히 5만~10만원대는 지난해 29종에서 60종으로 강화했다. 10만원짜리 냉장 한우 선물세트인 ‘현대특선한우 성(誠) 세트’는 2013년 이후 5년만에 처음 선보인다. 한우 선물세트의 품목 수를 전년 대비 30% 늘리고 물량도 50% 이상 확대했다. 전복 20마리를 산소 포장으로 배송하는 ‘알뜰 전복 세트’, 사과ㆍ배를 6개씩 포장한 ‘사과ㆍ배 센스 세트’를 8만원에 판다. 길이 33㎝ 이상 국산 민어를 말린 6마리 세트는 10만원이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국내산 상품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5∼9일 진행된 설 예약판매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국내산 선물은 지난해 대비 12%가량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축산(한우)이 24.0% 늘었고 수산과 농산품도 각각 5.0%, 21.7% 증가했다. 또 10만원 이하의 상품은 62%가량 매출이 증가한 반면, 지난해 추석까지 신장세를 보이던 수입 과일, 육포 등 수입상품 중심의 5만원 이하 선물은 26%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가격대가 높은 국내산 선물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국내산 상품에 대한 반응도 좋아 올해는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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