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이틀간 서울서 열려…美 “협상 권한 없다” 주장할 듯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2차 라운드가 31일 서울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을 수석대표로 한 우리측 협상단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마이클 비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과 이틀 일정으로 2차 개정협상에 착수했다.
양국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각자 제기한 관심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차 협상 당시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수출 1, 3위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연간 수출액은 자동차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686억1100만 달러)의 21.4%, 8.3%를 차지했다. 자동차 혼자서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의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했다.
무역적자 축소가 목적인 미국이 가장 관심 가질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미국은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의 수입 쿼터(할당) 확대, 자동차수리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 등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여기는 규제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도 자동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새로운 요구를 할 가능성 등에 대비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측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할당) 확대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비관세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안전·환경 관련규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관심사는 한미 FTA 개정을 통해 미국의 무역구제(수입규제)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최근 태양광 전지·모듈과 세탁기를 대상으로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한미 FTA 10.5조는 협정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자국 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의 중대한 원인이 아닐 경우 해당 협정국의 품목은 글로벌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세탁기는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하라고 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세탁기를 세이프가드에 포함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한미 FTA 10.5조의 ‘제외할 수 있다’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제외해야 한다’로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통상전문가들은 정부가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를 비롯한 무역구제 문제를 다루기로 했지만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미 USTR가 이번 개정협상에서 무역구제 제도 개선에 대한 협상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무역촉진권한법(TPA)은 미국 행정부가 무역구제법의 변경이 필요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180일 전에 의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USTR은 TPA 절차를 밟지 않고 이번 개정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한미FTA의 부분 개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범위에서 무역구제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가용 정보’(AFA)와 ‘특정 시장 상황’(PMS) 등 한국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수입규제는 법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를 운용하는 미 상무부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한미FTA 틀 내에서도 개선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협상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할 것을 뻔히 안다고 해서 양국 간 가장 큰 문제를 얘기 안 하고 넘어갈 수도 없고 앞으로 협상이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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