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난 1월 CIA에 북미대화 제안 -靑NSC 비공개 한미접촉도 이뤄져 -靑, 북미대화 불발되자 ‘NCND’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미 고위급 접촉을 성사하는 데 우리 국정원-미 중앙정보국(CIA) 라인이 가동됐다고 한미 소식통이 22일 밝혔다. 2명 이상의 소식통은 본지에 서훈 국정원장이 마이크 폼페오 CIA국장과 접촉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인사와의 회동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서 원장이 CIA와의 채널을 통해 북미회동의 주요역할을 했다는 추측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만 밝혔다.

1월 중순까지 NSC라인, 美와 접촉= 소식통들은 서 원장의 방미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초 청와대는 미국과는 국가안보회의(NSC), 북한과는 국정원 라인을 통해 북미대화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서 원장의 방미는 1월 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1월 초까지만 해도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북한이 원할 경우 북미대화에 열려 있다”며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북한에) 분명하게 알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권희석 안보전략비서관이 비밀리에 워싱턴을 다녀가는 등 NSC라인이 트럼프 행정부와 북미대화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한미 1.5트랙(반관반민) 학술회의 참석 차 미국을 찾기도 했다.

국정원-CIA라인, 北열병식 준비 계기 가동된 듯…비밀회동 최종타진= 북한이 건군절을 2월 8일로 변경하고 열병식을 준비하면서 국정원이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미국 소식통은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 원장이 최소 한 차례 미국을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폼페오 국장이 정례 업무보고 외 시간에 백악관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의 방남과 북한의 열병식을 준비에 일제히 강경메시지를 쏟아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북한이 올림픽을 납치했다”고 발언했고, 같은날 폼페오 국장이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 언급했다. 다음날 바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술책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6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올림픽 대화만으론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을 다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주에 북한에 대한 추가 단독제재를 감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북한이 열병식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행사로만 치루는 로우키(low key)로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접촉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통일전문가들은 북한이 열병식 수위를 조절해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WP가 비밀회동이 결정되기까지 2주의 시간이 걸렸다는 정보와도 맞물린다.

북미대화 거듭 강조하던 靑, 불발되면서 ‘NCND’모드= 이같은 전개정황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국정원 또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탐색적 대화의 불발로 차기 대화의 재개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동이 불발된 이후 기자들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LS-펠로우는 “북한과 미국이 그동안 대화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에 대해, 어떤 의제를 놓고 대화할 것이냐를 놓고 접점이 마련되지 않아 대화가 없었던 것”이라며 “북미회동의 중재 자체보다 유의미한 대화가 이뤄질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이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탐색적 대화라고 해도 북미간 접촉은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갑자기 북미회동 불발사실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북한 인사들과 그렇게 가까이서도 말하지 않으며 놓친 기회에 대한 만회 차원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 리셉션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김 제1부부장을 개막식에서 무시한 것이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였다는 한국언론과 일부 외신보도에 대한 우회적 반박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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