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부회장 리드 계열사 분할·합병안 통과 10조원 해외 투자·M&A 등은 동력 잃을수도

신동빈 회장 부재 이후 긴급가동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가 첫 고비를 넘겼다. 비상 경영의 첫 관문으로 여겨졌던 계열사 분할ㆍ합병안은 무사히 통과됐다.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신동빈 원톱’ 체제에서 빠르고 담대한 결정으로 몸집을 불려 왔던 롯데의 ‘속도 경영’은 당분간 자취를 감출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대규모 인수ㆍ합병(M&A)이나 사업구조 개편, 투자, 경영혁신 작업 같은 굵직한 경영 현안을 진두지휘했던 신 회장의 공백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은 롯데를 국내 5위의 대기업으로 키운 밑거름이었다. 그가 경영을 총괄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성사된 M&A만 무려 36건이었다. 그는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주력사업인 식품과 유통 뿐 아니라 석유화학, 금융으로 그룹을 확장했다. 현대석유화학ㆍ우리홈쇼핑ㆍ두산주류BGㆍKT렌탈(옛 금호렌터카)ㆍ더뉴욕팰리스호텔 등 대형 인수전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승부사 본색’을 드러냈다. 신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상음이 감지된다. 롯데 속도 경영에 사실상 급제동이 걸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후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며 “신 회장의 구속으로 중장기 투자계획 같이 총수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은 미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총수 부재로 의사 결정 과정이 현저히 느려지면서 신사업 진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가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가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40억달러(약 4조2880억원) 규모의 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우스틸(KS)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부지까지 매입했지만 완공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신 회장이 추진한 각종 투자나 글로벌 사업도 위태롭다. 롯데는 국내 석유화학사 중 최초로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탄분쇄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연말 설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35억달러(약 3조7520억원)을 투입키로 한 바 있다.

중국을 대신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업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인도와 미얀마에서 M&A를 포함해 식품 분야에 2억5000달러(약 2144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인근 투티엠 신도시에선 2021년까지 20억달러(2조1440억원)를 투입해 백화점, 쇼핑몰, 호텔, 주거시설 등을 함께 짓는 대규모 단지를 조성 중이다.

박로명 기자/dodo@her7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