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측 ‘비핵화 논의’에 방점· 북측 ‘남북정상회담’에 무게… 온도차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정의용 수석특사가 이끄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인 환대를 받았지만 회담의 최종 목적지인 ‘한반도 비핵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우선 회담 후 발표된 후 양측이 무게를 두고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 남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으나, 북한은 ‘수뇌상봉’에 대해서만 만족할만한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당 기관지는 한술 더떠 ‘핵무기가 미국을 끝장 낼 정의의 보검’이라 보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방법론은 ‘핵동결→핵폐기’ 두단계로 이뤄진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무기 개발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실행할 경우 북한을 옭죄고 있는 세겹 네겹의 경제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풀게되고, 이후 이미 개발된 핵무기까지 폐기하는 수순에 이른다는 구상이 문 대통령의 2단계 비핵화 방법론이다.

전문가들은 거칠게 표현된 2단계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는 보다 세부적인 단계들이 여러 겹 쌓여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핵을 운반하는 대륙간탄도탄미사일(ICBM)의 추가적인 실험 금지를 포함한 내용이 ‘핵동결’의 선행 조건으로 붙어 모두 3단계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ICBM 기술력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최종적인 ‘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탄두는 대기권에 재진입 할 때 수천도의 마찰열을 받게 되는데, 이를 뚫고 탄두를 원하는 위치에 낙하시키는 기술을 북한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개발된 핵무기와 새롭게 개발할 핵무기에 대한 논의도 두단계로 접근된다. 북한은 과거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됐을 때에도 이미 개발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대신 새롭게 개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결을 전제로 대화를 제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럴 경우 미국측을 설득키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를 대화의 ‘입구’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미 개발을 마친 핵무기에 대해 북한이 ‘양보 불가’입장으로 나올 경우 북미 대화 또는 북미 관계 개선의 시작이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북측에서 나온 ‘만족한 합의’라는 평가도 한반도 비핵화 부분이 아닌 ‘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남측특사로부터 수뇌상봉(정상회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들으시고 의견을 교환하시었으며 만족한 합의를 보시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 특별수석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 내용에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되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화답 차원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을 보낸 것에 대한 답신이다.

이에 대한 관측은 분분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통화에서 “남한은 비핵화에 관심이 있지만 북측은 정상회담 의제에 관심을 갖고 속도를 내고 싶은 듯하다”며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미국의 압박을 막아내고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로 북쪽에 서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그대로 수용키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회담을 위한 회담은 없다’고 선을 그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는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문 대통령은 김 제1부부장을 만나서도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만 답한 바 있다.

정 특별수석이 이끄는 특사단이 북측에 제안했을 ‘북미대화 우선’ 조건에 대해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도 관심 대목이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측에 ‘대화의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기류 변화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수용하겠다고 꺼내놓을 비핵화로 가는 첫 단계에 무엇이 놓여있을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내놓을 ‘북미 대화’ 조건에 따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시기와 기간, 규모 등도 종속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병력을 배치해 훈련에 임하는 ‘독수리 훈련’의 경우 규모 축소 가능성이 일정부분 언급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조선 중앙 통신의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의 완화’라는 표현에 대해 “한미훈련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