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언은 “재정부담 여부 확정 못 해”…盧의 법제처도 ‘필요 없음’ 못박아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법제처가 10ㆍ4 남북선언을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판문점 선언도 10ㆍ4선언과 같은 ‘선언’ 성격인 만큼 청와대가 무리하게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헤럴드경제가 1일 입수한 ‘2007년 10ㆍ4선언 및 총리합의서의 국회비준 여부 심사자료(법제처)’에 따르면 법제처는 10ㆍ4선언 국회 비준 동의 여부에 대하여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세부 검토의견에는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재정부담의 여부, 규모 및 방법을 확정할 수 없고, 입법사항의 여부도 확정하기 어렵다”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혔다.

청와대 등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발표한 판문점 선언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률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에 이미 남북 선언은 해당 법 조항에 따르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결국, 당시 정부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를 대한민국과 북한의 총리 서명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법제처도 이에 대해선 “사업계획이 확정적이다”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항에 따르는 남북 합의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와 관련 통화에서 “당시 선언과 지금 선언이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도, 재정적 부담이 확정되지 않은 정치적 선언의 국회비준을 강행하려는 것이다”며 “노 전 대통령 시절 법제처가 제시했던 절차를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는 문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갖추고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다 담아서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다만, 일부 청와대 참모진은 비준 동의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시각을 나타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와 관련 “법제처 등에서 법률 검토를 하고,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