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지난 4월 동남아 1위 차량공유업체 그랩 투자 결정 - 전기차 배터리, 정밀지도,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분야 시너지 창출 기대

[헤럴드경제(싱가포르)=손미정 기자] “SK와의 관계는 단기적인 관계가 아니다. 장기적인 상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본사에서 만난 동남아 1위 차량공유시스템 기업 그랩(Grab)의 공동창업자인 탄 후이 링(Tan Hooi Ling) COO(최고경영책임자)는 SK와의 파트너십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SK그룹의 지주사이자 투자 전문회사인 SK㈜는 그랩이 진행한 약 2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중국 디디추싱,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 201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동기인 안소니 탄(Anthony Tan)과 탄 후이 링(Tan Hooi Ling)이 세운 그랩은 현재 동남아 싱가포르 등 8개국 217개 도시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현재 매출 1조원(10억 달러)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SK㈜는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투자를 통해 향후 전기차 배터리와 고정밀 차량지도, 자율 주행 등 미래 성장 사업 확대를 위한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IT 세계에서 그랩과의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돼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자율주행차, 전기차 배터리 등 향후 3~4년 후 시장을 내다본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는 바이오ㆍ제약, 에너지, 반도체, ICT 서비스와 함께 SK그룹이 역량을 모으고 있는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랩 투자에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 방문 당시와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연이어 그랩 공동창업자인 안소니 탄 대표를 직접 만나 그랩의 카셰어링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그랩에 대한 투자 역시 최 회장이 주도한 결정으로 전해진다.

탄 COO 역시 SK와의 파트너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양사 협력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SK의 투자결정 당시) 장기적인 비전이 일치하는지, 회사의 문화가 맞는지, 윤리적인 부분들이 일치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면서 “특히 SK는 전기차, 정밀지도 부분에서 선도기업이어서 많은 부분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탄 COO는 “SK와 협업에서 중요한 부분은 많은 것을 서로 함께 할 수 있고 배울 수 잇다는 점”이라며 “가치를 서로 공유하면서 동남아 시장의 로컬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와 그랩의 협업은 최근 SK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가치 창출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은 ‘딥 체인지’ 달성을 위해 최태원 회장이 제시한 최우선 과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 “미래 고객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고, 앞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상품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업 모델로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그랩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화두 역시 ‘사회적 가치’로 요약된다. 그랩의 대표적 서비스인 카셰어링은 교통ㆍ환경문제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탄 COO는 “동남아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교통 체증을 해결하고, 동남아시인의 삶을 쉽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최적화된 모빌리티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며 “그랩은 시장의 파이를 더 키워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랩 투자를 계기로 SK㈜의 ‘뉴모빌리티’ 사업확장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는 그랩 투자에 앞서 2015년 국내 1위 쏘카 투자로 카셰어링에 진출한 이래 미국 1위 개인간 카셰어링 투로(Turo)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1월에는 쏘카와 함께 설립한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이 출범식을 갖고 차량공유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특히 SK㈜와 쏘카의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은 향후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랩과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SK㈜는 “글로벌 톱(Top)3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시장 선도의 기회를 쥐게 됐다”면서 “글로벌기업들의 독점화가 가속화되는 공유경제 영역에서 SK㈜의 그랩 투자는 국내 산업의 신성장동력 육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