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향한 마지막 기로에 광화문 광장 가득 메운 시민들 -선방과 아쉬운 슈팅 교차하자 탄성과 환호 반복돼 -경기 중간 스웨덴-멕시코전 확인하며 16강 기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광화문 광장의 빨간 물결은 하나의 생물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별다른 구호도 없었지만, 모두가 당연한 듯 암묵적 리듬을 따랐다. 응원도 그랬다.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응원을 나온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재빨리 커다란 태극기로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마지막 경기인 독일과의 3차전 경기가 시작된 27일 오후 11시. 광화문광장은 응원을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10시 경찰 추산 5000명을 넘긴 시민 행렬은 경기 시작이 가까워지면서 광화문역 사거리까지 이어졌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세종대로 양옆에 늘어서 응원을 함께했다. 전광판이 잘 보이는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도 경기 시작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무대 앞을 밝히는 붉은 연막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전반 8분 정우영이 거친 몸싸움 끝에 주심으로부터 경고 카드를 받자 광화문 광장은 순간 얼기도 했다. 이날 응원을 나온 직장인 김제민(31) 씨는 “정우영 선수가 경고를 받는 순간 지난 스웨덴전이 떠올라 깜짝 놀랐다”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선수들이 겁먹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기레 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은 독일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등 위험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코너킥과 독일 선수들의 헤딩 장면에서 숨을 죽인 시민들은 우리 대표팀 수문장인 조현우 선수의 선방이 나오고서야 환호를 지를 수 있었다. 대학생 정경연(26) 씨는 “초반 독일의 공세가 불안하다”며 “매 게임마다 페널티킥을 허용했는데 오늘만큼은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전반 17분, 계속되는 위기 끝에 독일의 반칙으로 프리킥 기회가 찾아왔다. 선수들이 프리킥을 준비하는 사이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한민국” 구호가 반복됐다. 프리킥에 이은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에 막히자 앉아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16강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경기 중간마다 멕시코와 스웨덴의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응원 도중 스웨덴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던 직장인 성중현(28) 씨는 전반까지 스웨덴과 멕시코가 무승부를 이어가자 “오늘은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전반이 끝나가도록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시민들도 일어선 채로 좀처럼 앉지 못하고 전광판을 응시했다. 전반 39분,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에 이어 이재성 선수의 쇄도가 이어지자 시민들은 일어서 두 선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 응원객은 “마지막 경기라 그런지 사람 애간장을 녹인다”며 “이전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도로 통제를 맡은 경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몰려든 시민들이 횡단보도까지 가득 메우자 통제에 나선 경찰들은 신호가 바뀔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보행자들의 안전을 살폈다. 경기 후반에는 건널목마다 12명이 넘는 경찰관이 투입돼 도로를 몸으로 막아서야 했다. 이날 건널목 통제에 나선 한 의경은 “중간 중간 경기도 보고 보행자 보호도 하느라 바쁘지만, 우리나라가 16강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보람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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