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ㆍIT업종 비중 등 ‘닮은 꼴’ 이지만…글로벌 증시 위축되자 흐름 정반대 -“코스피 2배 웃도는 배당수익률이 내국인 수급 이끌어” -“위기감 조장하는 금융당국 정책도 한 몫”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피가 연초 이후 8% 가까이 추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와 유사점이 많은 대만증시가 코스피를 크게 앞서는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이탈한 외국인 자금의 규모는 대만 증시가 국내 증시보다 2배 더 많았지만, 펀드로 유입된 내국인 자금이 증시를 떠받친 결과다. 증시가 휘청일 때에는 이를 상쇄할 안전장치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는데, 일정 수준 수익을 보장하는 배당수익률 측면에서 국내 증시가 대만 증시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점이 내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31일 코스콤에 따르면 대만 가권지수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3.0%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7.8% 하락세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두 지수는 모두 지난해 4분기 이후 연초까지 강세를 나타냈고, 미국 국채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전세계 증시가 휘청했던 1월 말~2월 초에는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기록하는 등 유사한 흐름을 보여 왔다. 두 지수가 다른 행보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초.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한편,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통상 분쟁이 고조되던 때다. 5월 이후 코스피는 하락 일변도로 돌아서 6.9% 주저앉았지만, 대만 가권지수는 3.5% 상승했다.
한국-대만 증시의 성과가 엇갈린 것은 두 증시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 눈에 띈다. 우선 두 증시 모두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IT하드웨어 업종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인데, 대만은 이 비중이 50%에 달한다.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지난해를 정점으로 하락세에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양 증시에서 동시에 관측되는 이유다. 외국인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30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상장사 주식은 약 592조원으로, 전체 증시 시가총액의 약 33.1%를 차지한다. 대만의 경우 이 비중이 40%로 오히려 한국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성과가 대만 증시에 뒤쳐지고 있는 배경으로 배당정책을 꼽았다. 연초 이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의 규모는 오히려 대만이 두 배 이상 크지만, 배당수익을 통한 ‘안전 마진’이 확보돼 있다는 내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이 수급을 안정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만 가권지수의 배당수익률(12개월 선행 기준)은 약 4% 수준으로, 5년물 국채금리(0.7%) 대비 3%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기고 있다. 반면 코스피의 배당수익률은 3년물 국채금리(2.1%)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만의 경우 기업 성장이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는 편인데, 이에 따른 수급 보완책으로 정부가 초기부터 배당성향을 강조해 왔다”며 “같은 대외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지만,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았던 대만 내국인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배당성향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도 지난 2016년 도입, 한국보다 먼저 운용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이 유사한데도 국내 증시의 성과가 유독 부진했던 데에는 정부 규제가 자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초 금융당국은 제약ㆍ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처리와 관련해 테마감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낮음에도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는 문제 의식이 발단이 됐다. 문제는 테마감리를 벌이겠다고 밝힌 지 반년이 지나도록, 상장사들이 참고할 모범사례는커녕 감리 결과조차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제약ㆍ바이오 업종은 증시를 주도하는 한 축이었지만, 최근에는 담지 말아야 할 주식으로 전락했다”며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세계적으로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투자자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는 당국의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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