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협상 테이블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개입도 없었다. 군사작전과 무력 개입도 없이 이스라엘은 결사항전을 외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에 어떻게 대응할까.
가자지구 유혈사태 27일째를 맞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마무리짓고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작전 종결 이후 ‘승전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터널을 통한 급습, 로켓포 공격 등 하마스의 위협은 계속 남아있다. 협상 등 대부분의 카드가 제외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마저 제외한다면 남은 전략은 항거하는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 뿐이다. 이는 이미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이 수차례 시도해온 전략이다.
▶이스라엘, 하마스 지도부 제거에 총력=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하마스의 지도자인 칼레드 마샬을 ‘이스라엘을 괴롭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마샬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의해 죽음에 이를 뻔한 적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독살 시도 때문이었다.
1997년, 모사드 요원 두 명은 요르단 수도 암만의 하마스 사무실로 들어오던 마샬의 왼쪽 귀에 독극물을 주입하는데 성공했으나 곧 하마스 경호대에 붙잡혔다.
당시 마샬은 하마스 요르단 지부장이었으며 두 달 전 예루살렘에서 민간인 피해를 입힌 하마스 자살 폭탄 테러 배후로 지목돼 네타냐후의 지시로 암살 대상이 된 것이었다.
그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요르단 국왕이 나서서 항의하는 바람에 이스라엘은 해독제를 건넸고 마샬은 ‘살아있는 순교자’로 명성을 높였다.
지난 2012년 12월 M75로켓 모형을 배경으로 팔레스타인인들 앞에서 그는 “우린 예루살렘을 조금씩 해방할 것이고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 있을 권리가 없다”고 말하며 대중들을 선동했다.
79세의 고령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뒤를 이을 유력한 지도자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그는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최우선 제거 대상이지만 암살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4년 표적 공격으로 하마스의 창시자 아흐메드 야신과 그의 후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2002년엔 하마스 창립 멤버인 샬라 셰하데 등을 제거한 바 있다.
2003년엔 하마스 핵심 간부 중 하나인 마흐무드 자하르의 자택을 폭격했다. 자하르의 아내와 딸을 비롯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목숨을 부지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며 “우리가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가자지구 공격에서도 그의 자택은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가자 내무부는 “하마스 간부인 자하르와 자밀라 샨티, 파티 하마스, 이스마일 아쉬카르의 거주지를 포함해 30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샨티를 포함한 다른 세 명의 하마스 간부는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승리를 이끈 인물로 알려졌다.
하마스의 군 조직인 알 카삼 여단의 최고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도 주요 제거 대상 가운데 하나다. 데이프는 결사항전을 외치며 저항을 독려하고 있는 강경파 중 하나이며 이스라엘 내 자살폭탄 테러, 장병 납치, 로켓포 공격, 터널 건설 등을 주도해 이스라엘로서는 큰 골칫거리다. 이스라엘은 5차례에 걸쳐 암살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해 ‘목숨이 아홉 개인 고양이’란 별명을 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전임자였던 아흐마드 알 자바리는 제거 대상 1순위로 꼽히며 2012년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외에도 일부 하마스 지도자들은 레바논, 시리아 등지로 피신했다가 모사드에 의해 암살 위협을 받기도 하고 강제출국 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하마스 지도부 제거 전략은 여러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하마스 지도부를 체포하거나 암살하는 것은 더욱 강경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를 낳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사망자 1800명, 1만 명에 가까운 부상자… 상처뿐인 가자지구=이날 피터 러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지구 터널 파괴 작전을 마무리하면서 지상군 다수가 철수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간 자국 침투용으로 파 놓은 터널 30여개를 찾아내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3일 사망자 수가 71명을 기록해 이날까지 18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는 1만 명에 가까운 9370명이었다.
사망자 중 민간인은 1033명이었고 미성년자는 329명, 여성은 187명이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18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가운데 14%가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가자지구는 한마디로 혼란(chaos) 그 자체다. CNN은 1일 주민들이 전기, TV, 냉장고, 상하수도 시스템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며 현지 사정을 전했다.
발전소는 가동을 멈췄고 가자지구가 비축한 30만리터 연료 탱크 가운데 40%가 불탔다. 한 주민은 “아이들 모두 전기가 끊기면 무서워한다”며 “엄마만 꼭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사망자와 부상자에 병원은 북새통이다. CNN은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가자지구 외과의들은 밀려드는 환자에 20시간 일하며 교대근무를 서고 의료품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봉쇄돼있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응급구호키트와 혈액을 전달하려 진입을 시도했지만 안전 문제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트럭에는 5000개의 키트와 3000개의 혈액이 실려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끝나지 않은 전쟁=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구호와 흩어진 가자 주민 복귀 등을 위해 7시간의 휴전을 오전 10시부터 재개하겠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아직도 작전중에 있으며 휴전은 가자 남부 지역에선 적용되지 않고, 공격받는 즉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의 러너 대변인 역시 “(가자에서)작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하마스의 로켓발사와 이스라엘 침투에는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3일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전투는 진행중이다’라는 문구의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이는 주민들의 공포를 자극할만하기도 했다.
전단지에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언급하며 폭력사태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으며, “지하에 숨어있는 당신들(하마스) 지도부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길 원한다”고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문구는 “전투는 진행중이고 모든 하마스 지도부와 테러리스트 단체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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