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전국 6000여개 은행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시내 주요 은행들의 무더위 쉼터 운영 모습.
은행권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전국 6000여개 은행 점포를 무더위 쉼터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시내 주요 은행들의 무더위 쉼터 운영 모습.

서대문ㆍ청량리ㆍ강남역 르포 대부분 개방적...어르신 ‘북적’ 안내표지ㆍ음료 미비한곳 많아 일부 과도한 요구하는 경우도 [헤럴드경제=강승연ㆍ박이담ㆍ성기윤ㆍ이민경 기자]#. 지난 1일 오후 청량리역 근처의 한 ○○은행. 할머니 두 분이 신발도 벗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찬물이 든 종이컵을 손에 쥐고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오후 4시에 영업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수다 삼매경이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폭염이 절정이던 1일과 2일, 서울 강남ㆍ신촌ㆍ서대문ㆍ청량리 일대의 13개 은행 영업점의 ‘무더위 쉼터’ 상황을 점검해봤다.

은행 ‘무더위 쉼터’는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염에 대응한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5일 만에 일부 은행 점포에서 운영되던 무더위 쉼터가 전국 6000여개 영업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급하게 확대된 탓인지 지역이나 지점마다 준비 상황이 크게 달랐다. 소파와 테이블을 새로 들이거나 음료수, 수박을 제공하는 영업점도 있었지만, ‘무더위 쉼터’라는 안내문이 없으면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곳도 있었다.

서대문구 소재 A은행 지점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찾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급하게 지시가 내려와 기존에 있던 생수를 지급했는데 그것도 전날 동났다”는 답이었다. 이 은행은 전 영업점에 ‘소형 냉장고를 활용해 생수 또는 음료를 제공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층 유동인구가 많은 청량리 인근의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위를 식히는 어르신들로 북새통을 이룬 6개 점포 중 단 한 곳에서만 따로 비치된 요구르트 음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무더위 쉼터용으로 준비된 것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제기동에 위치한 B은행은 2층에 있지만 건물 1층에 안내장이나 플래카드를 걸지 않아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지 알기 어려웠다. 무더위 쉼터인 것을 알더라도 근처에만 서성이는 고객들도 있었다. 지점에 들어가면 방문 목적을 묻는 청경 질문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직장인들이 많이 오는 강남역 인근 C은행 지점은 무더위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테이블과 소파로 쉼터 공간을 마련해 놓고 생수, 음료로 가득 채운 소형 냉장고를 비치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쉬고 있던 지역주민인 조모(71) 씨는 “10분 정도 걸어오는데 불바다 같았다”면서 “시원하고 좋아 1시간은 쉬었다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점에서는 무더위 쉼터 운영으로 직원들이 곤란을 겪는 상황도 목격됐다.

서대문역 근처의 D은행 직원은 “가끔 물 외에 부채 등 더 요구하는 고객이 있어 난감하다. 노숙인들이 쉬러 와 다른 고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고객이 많아 보여 쫓기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전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