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뜨거운 감자’…“헤지펀드 먹잇감 될수도” - 대주주 ‘3% 룰’, 주총 의결정족수 확보에도 걸림돌 - 집중투표제ㆍ다중대표소송제도 소액주주 보호 효과는 ‘미지수’ -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기업 고발 남발 우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 전반적으로 어떤 방향인지를 알려면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경제 기본법을 보면 된다. 우리나라 경제 기본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제가 첩첩산중으로 쌓이기만 하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규제 위주여서 기업들 사이에서 규제 공화국이란 말이 회자되는 게 현실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 입법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경영 현장에서의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발의되는 모습을 보며 재계는 크게 낙담하는 모습이다.
당장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 개정안은 취약한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포이즌필ㆍ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 마련에만 집중된 규제 법안들이 있따라 발의되자 재계에서는 혁신성장을 외치는 정부가 역으로 경영활동을 옥죄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한 재계 인사는 “우려가 많이 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경영권이 안정이 안 되고 다소 떠 있는 회사일수록 해외 투기 자본이나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이사 가운데서 일괄 선임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하는 데 더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3%가 넘는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의결권이 일괄적으로 3%로 제한당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견제세력인 2대, 3대 주주나 해외 헤지펀드들이 맘먹고 연합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수 있고 이는 경영권에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법으로 제한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감사위원의 기업 기밀 접근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적으로 감사위원은 기업의 모든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갖는데, 헤지펀드 등에서 경영권에 적대적인 감사를 세우게 되면 기업 기밀 유출과 기밀을 통한 경영권 흔들기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 교수는 또 “최근 기업들 몸집이 커지면서 업무, 세제, IT(정보기술) 등으로 감사가 분화되고 깊숙해진 상황에서는 악의적 감사에 대한 위협을 덜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재계 실무담당자는 “경영권 방어 측면 외에도 ‘대주주 3% 룰’이 적용되면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확보 자체에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통상 주총 안건 결의 요건이 총 발행주식의 25% 이상이지만, 대주주 지분을 3%로 일괄적으로 낮춰버린 상태에서는 정족수 확보부터 감사위원 등 이사 선출까지 애로사항이 많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1주=1표’라는 평등 원칙에도 위배돼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가져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을 가능케 하는 집중투표제도 견제 세력의 이사회 ‘물 흐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교수는 “기존 경영인이 장기적인 비전과 오랜 경험을 가진 참모들이라고 본다면, 헤지펀드 등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를 휘두르고 무리한 배당이나 자산 처분을 요구하는 외부세력에 해당한다”며 “이들의 속성은 빨리 이익을 남겨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일 뿐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는 관심 자체가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상법개정안의 또 다른 한 축인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이해상충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유 팀장은 “자회사에도 주주가 있는데 모회사 주주들이 소송한다는 것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독립경영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격담합, 입찰담합 등에 대해 38년 만에 폐지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 폐지에 대한 재계의 우려감 또한 상당하다. 전속고발권 폐지가 시민단체나 검찰 수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재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이 공정위 조사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됨에 따라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추후 상세한 제도 설계시 기업에게 부담을 최소하는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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