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작업, ‘묵시적 청탁’ 인정여부 따라 뇌물액 달라져 -‘안종범 수첩’ 중 대통령 지시사항 증거로 인정할지도 쟁점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미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전자 이재용(50) 부회장 사건과 엇갈린 부분이 있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정리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62) 씨는 1심과 같이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 원, 기업을 압박하는 등 공모범죄를 실행한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비서관은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 원에 처해졌다.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다면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는 동기인 ‘승계작업’의 실체가 있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지난 8월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승계작업의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묵시적 청탁’을 할 이유도 없다고 봤다. 이러한 전제에서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사실상 최 씨에게 전달했다는 16억 2800만 원은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 부회장이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승계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변화에 따라 내용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우호적인 결정을 내렸고,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게 됐다는 게 재판부가 파악한 구조다. 이 논리에 따라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 원대 자금은 승계작업과의 대가관계가 인정됐다. 다만 삼성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낸 부분은 “통상적인 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출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 등은 이 재단이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가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적은 수첩 내용을 증거로 인정할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이뤄진 대화 내용을 받아적은 것은 실제 안 전 수석이 들은 것이 아니라, 전해들은 것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번 박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는 수첩 내용 일부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결론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부회장과 대화한 내용을 불러준 것을 기재한 대목은 ‘들은 내용’으로 증거로 쓸 수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을 받아적은 것은 안 전 수석 본인이 인정하는 이상 당연히 직접적인 증거로 인정된다는 결론이다.

아직 박 전 대통령이 상고할 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결론에서 중형을 선고받고도 항소하지 않았고, 법정에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 상태다. 하지만 뇌물수수 인정 규모를 다투고 있는 특검이 상고할 경우 박 전 대통령 의사와 관계없이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다.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69) 변호는 선고 직후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아래 정권과 세론에 흔들리지 않으며 정의롭고 용기 있게 심판하는 재판관이 현 사법부 내에 존재하고 있는지 등불을 밝혀 찾아 나서고자 한다”며 사실상 상고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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