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일본을 다시 끌어들이는 등 좌충우돌하는 행태는 여전하고 중국과 형성하고 있는 대립각은 2000억 달러 추가 과세 명령에서 보듯 더 예리해지고 있다. 11월 예정돼 있는 중간선거로 갈수록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다. 높은 불확실성은 그대로 금융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발 무역갈등이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만큼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한 투자자들이나 분석기관의 고민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뉴스 흐름에 따라 ‘일희일비’하거나 등락을 거듭할 뿐이다. 미국발 무역분쟁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 간의 패권다툼이나 감정싸움 또는 서로 주고받는 관세 규모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본질적인 고민의 시작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만약,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국과 중국간 합의가 이뤄지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뚜렷하게 축소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경제나 금융시장 또는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를 발판 삼아 크게 날아오르게 될까. 아마 이렇게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초기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부정적인 결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판단의 기저에는 기축통화와 기축통화보유국이 갖는 모순이 자리잡고 있다.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기축통화가 가지고 있는 유동성 딜레마를 나타낸다. 풀어보면, 한 나라의 통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할 때, 그 나라의 국제수지가 흑자가 되면 타국에 대한 통화공급이 막히게 돼 전세계가 글로벌 유동성 부족으로 고심하게 될 우려가 있고, 반대로 그 나라의 국제수지가 적자가 되면 국제통화로서 신뢰도를 해치게 되는 모순을 일컫는다.
실제 경제 데이터들을 보면, 기축통화국의 무역수지 증감은 마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경제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무역수지 흐름과 글로벌 경상수지 및 글로벌 GDP는 비교적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트럼프 의도대로 미국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면 글로벌 교역 및 성장률은 위축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글로벌 고정자산 투자증가율과의 상관관계가 더 높고 민감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무역정책 변화 시마다 항상 따라 붙는 신흥국 불안과 연결돼 있다. 선진국보다는 신흥국들이 투자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신흥시장국가 채권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나타내는 EMBI(Emerging Market Bond Index) 수치도 같이 상승한다. 미국 무역수지의 방향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신용위험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발 무역분쟁은 결국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미국의 경제적 입지 강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여러 가지 보호무역 조치들의 성패는 상대국에게 부과하는 관세의 규모가 아니라 향후 미 달러가 어떤 흐름을 보이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트럼프발 무역분쟁의 우려가 깊어질수록 미 달러화의 향배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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