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20만 추정불구 ‘올 8월까지 238명만 공식확인 ‘정절 강조’ 당시 사회분위기 탓 ‘가슴에 묻고 쉬쉬하며 한평생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입고도 수십여년을 침묵 속에 살아온 할머니 한 명이 지난 8일 여성가족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여가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 모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로 인정받은 지 약 1년여 만에 나타난 새로운 위안부 피해자다. 이로써 정부가 파악한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생존자는 54명에서 55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는 약 8만~20만명. 하지만 지난주 등록된 할머니를 포함, 올 8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에 불과하다.
왜 이럴까.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 등록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 피해자들의 ‘침묵’을 꼽는다.
심영희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2000년 정신문화연구원에 발표한 논문 ‘침묵에서 증언으로’에서 “위안소에서의 생활이 괴롭고 치욕적이긴 했지만 거기에서는 이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해줄 가족이나 친구들이 없었다”며 “한국에 돌아온 위안부 피해자들이 주위의 시선에 못 이겨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절’과 ‘순결’을 미덕으로 꼽던 당시 사회 분위기 탓에 스스로를 성폭력 피해자라 인식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뒤늦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광복 후 47년이 흐른 지난 1992년도에야 비로소 당시 외무부에 ‘정신대 실무 대책반’을 꾸리고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 관련 공식 문서를 모두 폐기한 데다, 각종 출입국 서류 등 위안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하는 데 비협조적이었다. 이에 사실상 피해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여가부의 한 관계자는 “92년이면 벌써 피해자들이 60~70대의 나이”라며 “진술의 정확성은 물론 피해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 위원회는 지난 2005~2006년 접수된 위안부 피해 신고 332건 중 16건에 대해서만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156건에 대해서는 입증 자료 부족으로 인한 ‘판결 불가능’으로 종결처리한 바 있다.
생존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 만큼, 신청자 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간과할 수 없다.
8월 현재 위안부 피해자의 평균 연령은 88.4세, 최연소 피해자조차 81세의 고령이다. 사망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93~1997년 21명이던 위안부 피해 사망자는 1997년부터 같은 기간동안 4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잠재적 ‘위안부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05~2006년 332건이던 위안부 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건으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피해자 본인이 아닌 주변인들도 신고 접수를 할 수 있다”며 피해 당사자 외 주변인들의 관심과 도움을 촉구했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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