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정부가 발표한 헌법조문 초안에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들어가 있다. 이것은 돈 버는 농사만 추구해온 현대의 농업이 가치를 추구하는 농업으로 국민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이러한 농업의 가치 전환에 가장 적합한 농업 분야 중의 하나가 약용작물을 포함하는 특용작물이다.
우리나라 현대 농업 역사에서 특용작물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경영 규모가 작은데다 경사지에 위치해 있는 밭이 많고, 이마저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기계화 작업이 힘들어 대내외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기준에만 맞춘다면 경쟁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지만 돈보다 중요할 수 있는 공익적 가치, 즉 환경보존, 지속가능한 농촌 공동체 등의 면에서 보면, 지적받는 특용작물 산업의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소면적 재배는 큰 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서 불리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다수의 작물 혹은 동일 작물이지만 다양한 품종이 혼재되어 재배되는 환경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병해충의 발생이 적어지고, 적정 기술과 적정 규모의 농기계 사용으로 땅이 딱딱하게 다져지는 정도가 덜하다. 경사지 재배가 농기계 사용을 어렵게 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름철 집중 강우기에 밭이 침수되어 피해를 볼 우려가 적다. 뿌리를 주로 이용하는 약용작물은 밭이 물에 잠기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지만 경사지 밭에 있을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침수 피해를 입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후에는 장마와 집중호우가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평지에서 침수 피해는 피하기 쉽지 않으므로 경사지 재배관리가 오히려 특용작물의 생산에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대량 생산으로 생산비로 낮추는 것만이 우리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님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품질이지 않던가? 서구에서는 홈메이드가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제품으로 인정받은 것이 오래되었다. 우리의 농산물 특히 인삼, 약초, 버섯 등의 특용작물에 기계뿐만 아니라 손작업 노동이 조금 더 들어감으로써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처럼 돈뿐만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함께 생각할 때 단점이었던 특용작물 생산 산업의 특징이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에는 인삼·특작을 연구하는 필자를 포함한 연구자, 농정 담당자, 그리고 현장의 농업인이 인식 전환에 동의하고 전업농, 기업농, 소농, 그리고 귀농·귀촌한 초보 농부도 함께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에 동의하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 전환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경과 공동체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용작물 생산 산업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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