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지난 2007년 육군에 입대한 최모 씨. 말이 많고 깔끔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직속 상병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질책을 들었다. 최 씨는 이후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해냈고, 입대 전 우울증으로 치료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A급 관심병사로 지정됐다.

그런데도 소속부대 소령은 최 씨를 비롯한 병사들을 모아놓고 “우울증 앓는 병사가 있다고 하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이 정도 난관도 헤쳐 나가지 못하면 사회에서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된다”고 거칠게 말했다. 최 씨는 그 후 2주 만인 2008년 6월 부대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서울고법은 최 씨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 씨가 A급 관심병사로 지정됐지만 이에 따른 실질적 보호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국가가 유족에게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 씨처럼 군 복무 중 자살한 사병 가운데 10명 중 4명이 관심사병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당국의 관심사병에 대한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두해 동안 자살한 사병 83명 가운데 관심사병은 33명으로 40%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자살한 사병 38명 가운데 15명이, 지난해 자살한 사병 45명 중 18명이 각각 관심사병으로 지정된 병사들이었다.

계급별로는 관심사병 자살자 33명 중 일병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병이 14명, 상병이 4명이었다.

이들 중 공군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32명(97%)은 육군 소속이었다.

지난 6월 GOP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육군 22사단에서는 2012년에 관심사병 자살사건이 2건, 2013년에는 1건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휴가 중 동반자살한 육군 28사단 소속 상병 2명과 12일 자살한 육군 3군사령부 소속 윤모 일병도 모두 부대 내 관심사병이었다.

이처럼 관심사병의 자살이 빈번한데도 국방부는 2012년에 이르러서야 관심사병 중 자살자 현황을 집계하는 등 관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국방부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자살 사유를 파악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관심사병 관리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