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맞이하면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는 3ㆍ1 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정말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해”라고 했다. 임시정부 100주년이란 주장이 건국 100년으로 변화하면 끝없는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건국절 논란은 좌우 이념과 결부하면서 커져왔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규정하면서 1948년을 건국의 시점으로 봤다. 진보진영에서는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해석이라며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난 싸움이니 10년이 넘게 이어진 다툼이다. 2008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임시정부는 자국의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고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 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홍보용 책자를 배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교과서 등을 추진했다. 당시 친박(친박근혜)계였던 윤상현 의원은 건국절 제정 법안을 발의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이념화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이번에 진보 진영에서 건국 100년을 들고 나오면 같은 이유로 보수진영이 반발할 수 있다.

정치섹션 국회팀 기자
정치섹션 국회팀 기자

일각에서는 이에 건국을 고리로 한 긴 싸움이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한다. 세계적으로 건국절이란 명칭을 쓰는 나라는 많지 않다. 미국은 건국절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독립기념일 정도만을 챙긴다. 프랑스는 공화정부 수립일이 아닌 혁명시작일을 기념한다.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도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란 정부 수준의 문제가 아니며 민족, 정신, 문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다. 미국이 건국 헌법과 건국의 아버지를 규정하면서도 건국일을 만들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가란 개념 자체가 논쟁 가능한 주제이기에 건국일도 만들 수 없다.

때문에 건국기념일과 실제 정부 수립일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특정 시점으로 명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학계에서는 역사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3ㆍ1운동부터 광복 그리고 정부 수립일까지 과정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건국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제헌절이 있다. 국가의 바탕인 헌법을 만든 날이다. 독립선언을 한 광복절도 기념한다. 미국과 비슷하다. 모두 국가 탄생의 과정이다. 건국절이 없어도 충분히 역사의 과정으로 건국을 기념하는 셈이다.

건국절이 신생국가의 탄생을 기린다는 점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대한민국은 고조선부터 이어진 민족국가라는 신념이 국민 사이에 팽배하다. 개천절을 기념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건국절을 들고오면 고조선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부터 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는 이념에 관심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3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부정 응답률 46%를 기록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은 45%에 그쳤다. 부정적 평가를 한 이들 중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꼽은 이들은 47%에 이르렀다. 기타 및 응답거절을 제외한 나머지 이유를 다 더한 수치보다 경제문제를 꼽은 이들의 수치가 높았다.

답은 건국절 논란이 시작된 2008년에 이미 나왔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정갑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해당 법안을 철회했다. 정 의원은 “국민 분열과 갈등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개혁 추진이 발목 잡혀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번 던진 논란은 식지않고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금 여권이 다시 건국절 논란을 꺼내면 논쟁의 10년이 반복될 수 있다.

국민은 이념으로 인한 정쟁을 원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에게서 돌아선 국민의 절반 가량은 경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바라고 있다. 국정교과서 등으로 제기된 역사 이념문제는 이미 지나간 화두다. “국민 분열과 갈등이 초래되고, 이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개혁 추진이 발목 잡혀선 안 된다”며 철회했던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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