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발표되는 통계지표가 한국경제에 대한 경고 일색이다. 언제 한국 경제가 불안하지 않은 적이 있느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IMF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적 요인으로 한국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당시보다 더 어두운 통계들이 연속해서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벌써 3개월째 경기에 대한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13일 공개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도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현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작년 8월까지만해도 낙관적이던 KDI였지만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불안해지자 경기 둔화에대한 표현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사실 KDI의 이같은 진단은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감안할때 오히려 점쟎은 편이다. 산업연구원이 13일 발표한 경기실사지수(BSI) 조사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1분기 시황 전망이 83, 매출 전망은 85에 불과하다. 각각 9포인트, 10포인트 하락했고 3분기 연속이다.

더 놀라운 건 수출경제를 떠받치던 주력 업종의 먹구름이다. 철강금속과 자동차가 각각 17, 15 포인트나 떨어졌다. 심지어 반도체는 가장 많은 21포인트가 빠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13일자 ‘중소기업 R&D 투자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중소기업 1곳당 평균 연구개발비는 3억4000만원으로 10년 전(2017년) 6억3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2억9000억원(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연구원 수는 4.3명으로 10년 전(8.3명)에 비해 4명(48%) 줄었다. 모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은행의 13일 통계는 내수의 대표 선수인 도소매업의 빚 증가 경고등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도ㆍ소매업 대출 잔액은 141조7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09년 1분기(12.8%) 이후 가장 높다. 지난해 도ㆍ소매업 생산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2.2%, 2분기 1.6%에 이어 3분기 -0.3%로 고꾸라졌다. 경기가 나쁠 때 대출이 늘어나는 걸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생계형 자금 대출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불려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현주소는 이토록 적막강산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테니 참고 기다리라던 청와대 참모들은 지금 없다. 그런데도 가던 길을 꿋꿋이 계속 가겠다고 고집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